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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영국·캐나다 등 주요국은 선거관리기관이 투표용지 인쇄 수량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할 기준을 국내보다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Electoral Commission)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투표용지 인쇄 물량은 투표 자격이 있는 선거인의 투표율이 100%에 이를 경우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보다 적게 인쇄하기로 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위험 요소를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구체적으로 과거 투표율 외에도 △해당 선거의 특수한 상황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적 또는 국가적 쟁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추가 투표용지가 필요해질 때를 대비해 단시간 내 인쇄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표소 직원에게도 관련 상황을 어떻게 안내할지 미리 정해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캐나다 선거관리청(Elections Canada)도 투표용지 인쇄·배부 수량을 정할 때 ‘투표용지가 부족할 경우 투표소까지 이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거리와 이동상의 어려움’까지 고려해야 하는 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예상 사전투표율 및 최근 선거의 투표율 등을 감안해 축소인쇄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위원회 의결로 선거인수 50%(하한)를 기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정도만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상황 발생 시 업무처리 절차·역할 분담 등 구체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며 미흡한 대비에 대해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50% 하한선’은 지난해 말 중앙선관위가 내부 전결로 축소한 결과로 드러나면서 주요 비판 지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전까지 본투표용 투표용지 최소 인쇄 매수는 선거인수 60%였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이 하한선을 정하는 별도의 절차나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선관위 중 광진·성북·도봉·송파구가 최종 인쇄매수를 ‘선거인수 50%’로 정했다. 또 은평·서대문·강남구는 55%를 적용했다. 나머지 자치구는 기존 기준인 60%를 유지했다.
한 자치구 선관위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는 바뀐 지침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명확한 설명이 어려웠기에 우리는 기존대로 가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자의적인 결정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지난 선거 이후 잔여 투표용지가 급증해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를 검수·보관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분실·도난 우려도 제기됐다는 이유에서다. 또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에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를 반영한 내용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인쇄 수량에서만 찾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봉구와 성북구의 경우 하한선인 50%에 맞췄어도 투표 중단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와 우리나라 선관위는 법적 지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지침을 더 세분화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진 사례가 이례적으로 탄탄한 경우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도 이번 사태를 겪은 뒤에는 관련 지침을 더 세분화하거나 최소한 절차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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