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야구 드라마로 또 한 번 안방극장을 뒤흔들 예정이다. '스토브리그'로 시청률 신드롬을 일으킨 SBS가 이번엔 '풀카운트'를 들고 나온다. 김래원·박훈 주연의 이 작품이 전작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방송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풀카운트' 스틸컷. 주연 김래원. / SBS 제공
스튜디오S 6주년, SBS가 꺼낸 카드
SBS 드라마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S 출범 6주년을 맞아 'SBS 드라마 미디어데이: 넥스트 에피소드'가 최근 열렸다. 이 자리에서 SBS는 올 하반기 대표작을 비롯해 2027년 상반기까지의 주요 라인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끈 작품이 김래원 주연의 12부작 금토드라마 '풀카운트'다. SBS는 이 작품을 가리켜 새로운 야구 드라마 신드롬을 부를 작품이라고 내세웠다.
연출은 '복수가 돌아왔다', '법쩐', '나의 완벽한 비서'를 만든 함준호 PD가 맡았다. 극본은 박명랑 작가가 쓴다. 방영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풀카운트', 어떤 이야기인가
'풀카운트'는 프로야구 감독이라는 단 10명에게만 허락된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생존투쟁기다. 모든 야구인이 원하는 왕좌이면서 동시에 패배의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독이 든 성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터에 뛰어든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래원은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 놓인 인기 구단 '스타즈'의 감독대행 황진호 역을 맡았다. 포수 출신 배터리 코치인 황진호는 선수 시절 대부분을 백업으로 보낸 비운의 야구인이다. 코치로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순혈을 중시하는 '스타즈' 내부의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감독대행 자리를 떠맡으며 일생일대의 격랑 속으로 뛰어든다.
반대편에는 박훈이 연기하는 투수코치 조동희가 있다. '스타즈'의 레전드 투수이자 차기 감독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지만, 선수 시절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결핍을 안고 있다. 지도자로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는, 선수 시절 2류 출신이었던 황진호와 감독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 자체를 수치로 여긴다. 황진호를 희생양 삼아 왕좌에 오르려는 야욕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가 극의 핵심 긴장감을 이룬다.
'풀카운트' 주연들. 김래원과 박훈. / SBS 제공
그라운드 위 승부에 더해 더그아웃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수싸움과 권력 다툼. 김래원과 박훈이 맞붙는 숙명의 대결 구도는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장치다.
여기에 유이가 김래원이 연기하는 황진호의 아내 오현주 역으로 출연을 확정했다. 오현주는 수학학원 강사로, 2군 구장에서 황진호를 만나 세 번 데이트하고 사귀기로 했다. 코치 연봉이 빠듯하다며 황진호가 미적거리자 오현주가 먼저 청혼한 인물이다. 취미는 컴퓨터 게임으로, 배틀그라운드는 수준급이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버 티어다. 김래원, 박훈, 유이 등의 라인업으로 캐스팅이 완성되면서 작품 윤곽이 뚜렷해졌다.
SBS '스토브리그'는 어떻게 신드롬이 됐나
SBS가 야구 드라마 '풀카운트'를 신드롬 작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근거는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방영된 '스토브리그'는 방영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스포츠 드라마는 어지간하면 망한다"는 흥행 징크스 탓에 방송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인 작가 극본에,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이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도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첫 회 전국 시청률 3%(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대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수도권 기준 최고 시청률 20.8%를 찍으며 시청률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토브리그'가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데는 몇 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반전은 '야구 경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야구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카메라는 그라운드가 아닌 선수들을 뒷받침하는 구단 프런트(사무실)를 비췄다. 권력 싸움을 벌이는 코치진, 무능하고 부패한 팀장, 낙하산 인사, 예산 감축을 압박하는 모기업 등 드라마 속 드림즈 사무실은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들이 매일 겪는 회사 생활의 축소판이었다. 야구에 관심 없는 시청자들도 "이건 내 회사 이야기다"라며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남궁민이 연기한 신임 단장 백승수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리더의 정석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파벌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 학연, 지연, 친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실력과 데이터로만 조직을 개혁해 나가는 캐릭터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공정함으로 대리만족을 안겼다.
한국 야구 드라마의 새로운 획을 그은 '스토브리그' 포스터. / SBS 제공
야구 고증 역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이버메트릭스(데이터 야구), 선수 트레이드 막전막후, 연봉 협상 과정, 에이전트와의 기싸움, 해외 용병 영입 등 실제 KBO에서 일어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촘촘하게 고증했다. 야구팬들은 실제 특정 구단이나 사건을 떠올리며 열광했고,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들은 극 중 초임 직원이나 프런트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용어를 익히며 진입장벽을 낮췄다.
연기 면에서도 구멍이 없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대사 한마디에 묵직한 힘을 실은 남궁민은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다. "선 넘은 건 네가 먼저 넘었어!"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세영 역의 박은빈, 대기업 사촌 형 밑에서 설움을 겪는 입체적인 빌런 권경민 역의 오정세까지, 평면적인 악역이나 도구적 캐릭터가 단 하나도 없었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구조인 멜로 라인도 과감히 걷어냈다. 백승수 단장과 이세영 팀장 사이에는 로맨스가 단 한 줄도 흐르지 않았다. 오직 드림즈 재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비즈니스 파트너십과 동료애만이 극을 채웠고, 그 덕분에 긴장감과 몰입도가 마지막 회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야구 드라마, 1년 사이에 3편이나?…전례 없는 편성 경쟁
'풀카운트' 외에도 올해와 내년에 걸쳐 야구 소재 드라마 두 편이 더 시청자를 찾는다. 몇 개월 사이에 야구 드라마 세 편이 동시에 방송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상황이다. MBC, SBS, tvN 등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이 앞다퉈 야구 드라마를 편성하면서, 김래원·한효주·김우빈 등 톱스타들이 각각 주연을 맡았다.
MBC 금토드라마 '너의 그라운드'는 단 한 번의 좌절로 멈춰버린 야구선수가 변호사 출신 에이전트를 만나 그라운드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원작은 1996년 미국 영화 '제리 맥과이어'다. 프로야구 선수와 여성 스포츠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2026년 하반기 방송을 앞두고 있다.
'너의 그라운드' 주연 라인업. 한효주-공명. / MBC 제공
남자 주인공은 공명이 맡았다. 공명은 극 중 2년째 재활 중인 에이스 좌완 투수 강해환을 연기한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체격, 매끈한 외모 덕분에 어디서든 눈에 띄는 인물이다. 주무기는 150km를 웃도는 직구지만 성격은 궤적을 알 수 없는 변화구에 가깝다. 시크하고 까칠하지만 툭툭 농담도 잘 던진다. 승부의 세계에 사는 사람답지 않게 말에도 행동에도 여유가 배어 있으며, 야구를 머리로 파고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치고 즐기는 타입이다.
여자 주인공은 한효주가 맡았다. 한효주는 대형 로펌 변호사이자 에이전트인 서희승 역을 연기한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활개치는 여성판 '제리 맥과이어'로, 강해환과 치열하게 협력하고 대립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프로야구 선수와 여성 스포츠 에이전트가 맞붙는 구도는 기존 야구 드라마에서는 없었던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tvN 드라마 '기프트'는 카카오웹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불의의 사고 이후 남다른 능력이 생긴 프로팀 야구 코치가 아마추어 꼴찌 팀인 덕천고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한 시즌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우빈, 서은수, 서현우가 출연한다. 야구 드라마 최초로 고등학교 야구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로야구 선수와 에이전트의 로맨스를 다루는 '너의 그라운드', 프로구단 내부 권력 투쟁을 그리는 '풀카운트'와 소재 면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기프트'는 2027년 방송 예정이다.
세 작품 모두 야구를 배경으로 하지만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너의 그라운드'가 청춘 로맨스라면, '기프트'는 성장과 감동에 무게를 두고, '풀카운트'는 권력과 생존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파고든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 야구라는 하나의 종목이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 이 계절 안방극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김우빈이 출연할 tvN '기프트' 원작인 카카오웹툰 '기프트'. / 카카오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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