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과일 가게 앞, 노랗게 쌓인 참외 더미에서 어떤 것을 집어야 할지 망설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같은 값을 치르고도 어떤 날은 아삭하고 단 참외를, 어떤 날은 밍밍하고 무른 참외를 만난다. 참외만큼 복불복 소리를 듣는 과일도 드물다.
흔히 빠지는 함정이 '크면 좋겠지'라는 생각이다. 손이 큰 쪽으로 가기 마련이지만, 참외는 크다고 좋은 과일이 아니다. 너무 큰 참외는 수분만 많아 싱겁기 일쑤고, 정작 단맛은 중간 크기에 몰려 있다.
다행히 참외는 겉에 힌트를 많이 드러내는 과일이다. 배꼽, 줄무늬, 골, 무게. 이 네 가지만 차례로 보면 설탕 참외를 고를 확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배꼽 작고, 같은 크기면 묵직한 것
가장 먼저 볼 곳은 아래쪽 배꼽이다. 배꼽이 작은 참외일수록 속의 심지가 가늘다. 심지가 가늘면 그만큼 과육이 차지하는 몫이 크고 당도도 높아, 한입 베었을 때 아삭하고 달다.
반대로 배꼽이 크면 심지가 굵어 맛이 덜하다. 배꼽 큰 참외는 익으면서 속이 물러지기도 쉬워, 같은 값이면 배꼽 작은 쪽이 남는 장사다.
크기는 어른 주먹만 한 것이 알맞다. 그리고 비슷한 크기가 여럿이라면 들어 보고 묵직한 쪽을 고른다. 같은 부피에 무게가 더 나간다는 것은 속이 알차고 과즙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가벼운 참외는 속이 비었거나 푸석할 가능성이 크다.
줄무늬와 골에 새겨진 햇빛
다음은 겉모습이다. 바탕은 샛노랗고, 세로로 난 흰 줄무늬가 또렷하게 대비되는 것이 좋다. 줄무늬가 흐릿하거나 끊겨 있다면 자라는 동안 볕과 양분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줄무늬를 따라 패인 골도 깊을수록 좋다. 골이 깊고 선명한 참외는 햇빛을 넉넉히 받고 잘 여문 것이라, 단맛이 안에 꽉 들어차 있다.
마지막으로 코를 가까이 대 보자. 잘 익은 참외는 꼭지 반대쪽에서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난다. 향이 거의 없으면 덜 익은 것이고, 시큼한 냄새가 비치면 너무 익은 것이다.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하게 붙어 있는지도 함께 보면 더 확실하다.
표면을 눌렀을 때 단단한 탄력이 느껴지는지도 점검 포인트다. 물렁하게 들어가는 참외는 이미 과육이 무르기 시작한 것이라, 아삭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잘 고른 참외는 보관도 한몫한다. 씻지 않은 채로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감싸 냉장고 채소칸에 두면 아삭함이 오래 가고, 먹기 한두 시간 전에 꺼내 차게 두면 단맛이 한층 살아난다. 과일의 과당은 차가울 때 더 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배꼽은 작게, 크기는 주먹만 하게, 같은 크기면 무겁게, 줄무늬는 선명하고 골은 깊게. 참외 더미 앞에서 이 순서만 떠올리면, 올여름 참외 복불복은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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