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이태훈 기자] 대한민국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짜릿한 승리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체코를 몰아붙였다. 전반 45분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체코의 뒷공간을 꾸준히 공략했다. 이강인은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손흥민도 이전보다 과감한 슈팅 시도로 공격의 중심에 섰다. 손흥민은 전반에만 5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체코 골문을 위협했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돋보였다. 체코는 장신 선수들을 앞세워 세트피스와 제공권 싸움을 적극적으로 노렸지만,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중원도 적극적인 압박과 커버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전반전 점유율은 한국이 55%로 앞섰고, 슈팅 수에서도 8-2로 우위를 점했다. 득점만 없었을 뿐, 경기 내용은 분명 한국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먼저 웃은 쪽은 체코였다. 한국이 계속해서 주도권을 잡고도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체코가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4분 스로인 상황에서 길게 연결된 공을 크레이치가 머리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경기 흐름을 쥐고 있던 상황에서 허용한 뼈아픈 선제 실점이었다.
무너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월드컵 첫 경기, 주도하던 흐름 속에서 내준 선제골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실점 이후 더 강하게 전진했고, 끝내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동점골의 시작은 이강인의 발끝이었다. 후반 22분 이강인은 황인범을 향해 절묘한 로빙 패스를 건넸다. 공을 잡은 황인범은 박스 안에서 침착하게 한 번 접어 수비를 따돌렸다. 골키퍼까지 나온 상황, 황인범은 빈 골문을 향해 감각적으로 공을 띄웠고, 절묘한 궤적을 그린 슈팅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황인범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한국은 멈추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4분 손흥민을 빼고 오현규를 투입하며 최전방에 변화를 줬다. 이 선택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 35분 우측면으로 빠져 들어간 황인범이 공을 잡았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오현규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오현규는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발을 뻗어 공을 밀어 넣었다. 한국이 2-1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선제 실점에도 홍명보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끝내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한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16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때 탄생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는 한국 축구를 넘어 국민적인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이번 체코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먼저 실점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강인의 창의적인 패스, 황인범의 침착한 마무리, 오현규의 몸을 던진 결승골까지 이어지며 다시 한번 쉽게 꺾이지 않는 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거둔 2-1 역전승은 단순한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위기 속에서도 버티고, 흐름을 바꾸고, 끝내 결과를 가져오는 힘. 이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우연히 탄생한 유행어가 아니라, 월드컵 무대에서 태극전사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표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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