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동점골을 넣고 역전골을 도운 황인범이 자신의 월드컵 첫 골에 크게 기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러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멕시코(승점 3, 골득실 +2)에 이어 조 2위(승점 3, 골득실 +1)로 올라섰다.
이날 황인범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돼 변함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황인범은 후방 빌드업의 중추로 기능하며 정확한 패스들을 통해 한국이 체코를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도왔다. 이따금 나오는 날카로운 전진패스도 여전했다. 다만 한국은 경기 흐름을 잡았음에도 후반 14분 체코의 롱 스로인 한 방에 일격을 당하며 0-1로 끌려갔다.
황인범이 평소와 달랐던 건 이번 경기에서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는 것이다. 황인범은 후반 22분 이강인이 왼쪽 페널티박스 쪽으로 로빙패스를 보내자 그 공간으로 쇄도해 공을 잡아냈고, 방향을 꺾어 달라붙은 수비와 뛰쳐나온 골키퍼를 모두 제친 뒤 정확하게 감아찬 슈팅으로 오른쪽 구석에 공을 밀어넣었다. 세기는 약했지만 정교함을 무기로 득점에 성공했다.
황인범은 역전골도 도우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후반 35분 백승호가 오른쪽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러넣자 황인범이 달려들어 공을 잡아냈고, 빠르게 낮은 크로스로 연결한 공을 문전으로 쇄도한 오현규가 가까운 골대 쪽에서 건드려 골망을 갈랐다. 한국은 황인범의 활약을 바탕으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16년 만에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후 황인범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내가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맞는 게 익숙하지는 않은 선수다. 공간이 있어서 침투했고, 강인이가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 당시에는 각도가 없다고 판단했던 듯하다. 그래서 한 번에 때리기에는 골키퍼가 신장도 크고 하다 보니까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한 번 접었는데 다행히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그 동작에 속았다”라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득점을 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으면서 자랑스러웠다”라고 밝혔다.
동점골을 넣은 후 손흥민의 얼굴을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흥민이 형만 아니라 강인이도 그랬고, (백)승호도 그랬고 내게 파이팅을 잘 해줘서 나도 고맙다는 의미로 얼굴 잡으면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한 번 더 주고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황인범은 라커룸에서도 무수한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하해줬다. 나 역시 팀원들에게 많이 고마운 경기였다. 경기장에 나선 선수들은 모든 걸 쏟아내면서 처음 월드컵 출전을 하는 선수임에도 좋은 모습들을 보여줬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많은데 그 선수들도 내가 교체돼서 나왔을 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팀 승리를 끝까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 월드컵 때 느꼈던 팀 정신을 볼 수 있었다”라며 남은 경기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인범에게 이번 득점은 더욱 뜻깊을 법하다. 그는 올해 3월 A매치를 앞두고 부상을 당해 그대로 시즌아웃이 됐다. 그래도 페예노르트 측에서 배려를 해줘 5월 초 귀국해 재활에 매진할 수 있었고, 월드컵에는 온전한 몸 상태로 참가할 수 있었다.
황인범은 “행복했다. 부상이 관리를 한다고 해도 불운한 상황에서 올 수 있는데 3월에 부상당한 건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월드컵 전까지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릴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또 감사하다. 앞으로는 부상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축구를 행복하게 오래오래 하고 싶다”라며 부상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전했다.
황인범은 이번 득점으로 자신의 대표팀 경력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상대 견제도 더욱 심해질 법하다. 그렇듯 본인에게 쏠릴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 거냐는 질문에 황인범은 “부담이 전혀 안 된다. 내가 부담될 거면 흥민이 형이나 강인이나 민재, (황)희찬이는 부담감 때문에 축구를 못 할 것”이라며 웃은 뒤 “전혀 부담감은 없다. 경기장에 나서면 좋은 모습이나 안 좋은 모습이나 보여드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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