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32강 진출에 파란불을 켰다.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던 1차전에서 체코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챙겼기 때문이다. 승리의 원동력으로는 과학적 고지대 훈련이 꼽힌다. 조별리그 1-2차전이 벌어지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1m에 있어 평지에 비해 근육으로 전달되는 산소가 감소해 경기력이 떨어진다.
한국대표팀은 일찌감치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5월 18일부터 과달라하라와 비슷한 해발 약 1,460m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2주일 넘게 적응 훈련을 펼쳤다. 의무팀은 아침 식사 전과 훈련 전·후 등 하루 4차례에 걸쳐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산소 포화도와 심박수를 체크하고, 훈련 전·후 체중을 재 2% 이상 몸무게가 빠진 선수는 탈수 위험으로 분류해 특별 관리했다. 무더위에 익숙해지기 위해 훈련 후 냉욕과 온욕을 병행하는 '열 적응'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솔트레이크시티 인근에서 평가전도 2차례 치르며 실전 감각도 익혔다. 홍명보 감독은 체코전 전날 "전체적으로 고지대에 완벽하게 적응된 상태"라고 자신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체코는 고지대 훈련을 단 하루도 하지 않았다. 베이스캠프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전날까지 훈련하다 경기 당일에야 과달라하라에 도착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인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고지대 영향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이 고지대 훈련 효과를 활용하면 분명히 이점이 있다”고 예상했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태극전사들은 후반전에 체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은 반면 체코는 수비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면서 우리의 빠른 침투 공격에 2골을 내리 내주면서 역전패했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체코 선수들이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반대로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대에 체력적으로 상대를 더 몰아쳤다"라고 말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대체로 “체코답지 않은 플레이가 많이 나왔는데 고지대를 완전히 무시하다가 낭패를 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절묘한 선수 교체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침투패스를 받은 황인범의 동점 골이 터지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24분 파격적인 교체 카드를 꺼냈다.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가장 많은 슈팅을 때린 에이스 손흥민을 과감히 불러들이고 튀르키예 무대에서 상승세를 보인 오현규를 투입시켰다. 오현규는 38도의 고열에 시달렸지만 홍 감독의 믿음에 극적인 월드컵 데뷔전 결승골로 보답했다. 홍 감독은 오현규의 빠른 교체 투입에 대해 "준비된 카드였다. 본인이 노력을 많이 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홍명보호에게는 운까지 따라줬다. 1-1 동점이던 후반 32분 체코 소우체크의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 선언을 받았다. 만약 이 골이 인정됐다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2차전 상대인 개최국 멕시코 수비의 핵 세사르 몬테스가 남아공과 개막전에서 퇴장당해 오는 19일(한국 시간) 한국과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점도 태극전사들로서는 반가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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