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정부의 고강도 약가 인하 기조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약가 산정률을 전격 인하하기로 하면서 당장 내수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업계가 유일하게 약가를 보전하고 연착륙을 꾀할 수 있는 돌파구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이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에만 파격적인 약가 유예 및 가산 혜택을 몰아주기로 확정하면서, 제약업계 내에서는 "혁신형 인증을 받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기등재 의약품까지 45%로 인하…일반 기업엔 '특례 없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의결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신규 제네릭뿐만 아니라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는 기등재 의약품까지 향후 1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를 인하한다는 점이다. 종국적인 목표치는 현행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R&D 투자 비중이 낮은 일반 제약사들이다. 일반 제약사는 올해 하반기 51% 적용을 시작으로 매년 약가가 깎여 오는 2029년이면 최종 하한선인 45%에 강제로 도달하게 된다. 단 4년 만에 약가 절벽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반면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혁신형 제약기업'과 이번에 신설된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파격적인 방어막을 부여받는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최종 45% 인하 시점까지 총 8년(2033년)의 유예 기간을 적용받는다. 특히 49%의 약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어 일반 제약사와 비교해 최대 4년의 시간적·재무적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 중 R&D 비중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견실한 제약사를 위해 신설됐으며, 이들 역시 47% 수준을 특례로 유지하며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가산 비율 60% 상향·사용량 연동 완화…'당근'은 혁신형에 집중
정부가 제공하는 약가 보전 대책은 비단 단계적 인하 유예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약 개발 및 국내 제조 기반 유지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역시 혁신형 기업에 집중 설계됐다.
복지부 개편안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이 제네릭을 신규 등재할 때 적용되는 약가 가산 비율은 기존보다 상향된 60%로 적용되며, 국내 생산 등의 기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우대 기간을 최대 4년(1+3년)까지 안정적으로 보장받는다.
아울러 제품 처방량이 늘어나면 약가를 강제로 인하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걸리더라도 혁신형 제약기업 제품은 인하율의 절반(50%)을 감면받는 강력한 사후관리 특례까지 제공된다. 기존 감면율인 30%에서 혜택 폭을 크게 확대한 결과다.
"R&D 안 하면 공멸"…제약업계 인증 심사에 '사활'
이처럼 약가 보전의 유일한 사다리가 '혁신형 인증'으로 귀결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R&D 투자 비율을 맞추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일정 기준(연간 매출 500억 원 미만은 7%, 500억~2,000억 원은 5%, 2,000억 원 이상은 3% 이상 등)을 충족해야만 인증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가 인하로 인해 당장 현금 흐름이 막히는 악순환 속에서도 연구개발비를 늘려야만 약가를 보전받는 '모순적 구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마크가 약가 고수와 기업의 생존권이 걸린 필수 면허가 됐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 인하가 시작되면 일반 기업과 혁신형 기업 간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의 의도가 제네릭 난립을 막고 강제로 R&D 중심 체질 개선을 이끌겠다는 것인 만큼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혁신형 인증을 획득한 상위 제약사 위주로 시장 변화 및 재편이 급격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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