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피해 유가족들은 참사가 일어난 그 날부터 현재까지 줄곧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바로 아리셀 참사의 책임자인 박순관의 엄중 처벌이다. 참사 당일 카메라 앞에서 형식적 사과를 한 박순관·박중언 부자는 정작 23명 희생자 가족에게는 진정한 사죄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박순관과 박중언의 엄중 처벌을 단 한 순간도 마음에서 놓은 적이 없다. 오직 박순관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가족 영혼에 위안이라도 주는 길이라고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윤의 탐욕에 빠져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박순관, 그의 아들 박중언. 그들의 집 앞에서 가족 앞에 사죄하라고 여름철 땡볕에 외치고 또 외쳤지만, 박순관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찬물 한 컵 내미는 이는 없었다.
가족이 아무리 눈물 흘리며 고함쳐도 최고의 선임료를 준 든든한 버팀목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몸과 재산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라도 있었던 걸까? 박순관과 박중언은 희생자 가족들의 분노와 한탄 따위는 귓등에도 들리지 않았던 걸까?
가족들은 국회로, 노동부로, 경찰로 책임자 처벌을 종일 외쳤다.
박순관이 대표로 있는 에스코넥의 제품을 납품받고 있는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도 집회는 이어졌다. 에스코넥 납품을 당장 중단하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그러나 삼성 또한 범죄자 박순관에 대하여 아무런 입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면담도 거부하였다.
이후 박순관 박중언 부자는 사고가 일어난 지 몇 달 만에 구속되었다. 구속되는 그날에도 유가족들은 수원구치소 정문에서 그들을 태운 호송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송차가 나타나자 가족은 내 가족을 살려내라며 차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경찰의 벽에 막혔고 그 자리 드러누워 오열하였다.
이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재판과정도 고통의 시간이었다.
재판 때마다 가족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그날의 참혹한 상황이 설명될 때 가족은 오열하였으며 무엇보다 박순관을 비롯한 참사의 책임자들의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재판은 가족들에게는 2차 가해였다.
박순관은 재판 내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법정에서도 가족들에게 머리 숙이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 없었다. 그가 오로지 한 일은 주거가 불안정한 가족들에게 합의를 받아 내어 죗값을 줄이려는 시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1심 재판부는 참사의 원흉인 박순관, 박중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나머지 참사 책임자들도 모조리 구속되었다. 가족들은 '15년도 짧다', '왜 그들에게 사형이 내려지지 않는가'를 반문하였다. '우리들이 이주노동자들이다 보니 이런 것이냐'고 되묻곤 하였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한편으로 재판 자체가 희생자 가족에게는 가혹 행위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2심 재판 재판장은 아주 가관이었다. 재판정에서 가족의 본능적인 조그마한 외침도 경고의 대상이었으며 재판장은 '다음부터 그러면 퇴장시키거나 감치한다'는 협박을 반복하였다.
회사의 명백한 잘못으로 생명을 잃은 내 가족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재판이라도 희생자 가족의 절절한 마음을 최소한 배려하는 마음으로 진행했어야 했다. 내 자식을, 내 아내를, 내 남편을 죽인 가해자를 변호사라는 특별한 직업으로 왜곡시키고, 비틀고, 발뺌하는 짓이 눈앞에 벌어지는데 깊은 한숨 소리마저 차단하는 재판은 재판이 아니고 폭력이다.
유가족·대책위가 불안해하던 대로 2심 재판부는 박순관 형량을 징역 15년에서 4년으로, 그의 아들 박중언의 형량은 15년에서 7년으로 대폭 감형하였다. '이게 재판이냐'고, '내 가족을 살려 내라'고 외치는 가족을 감치하겠다고 불러내는 재판장의 모습은 사법의 저울이 아니라 폭력 자체였다.
가족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엉터리 판결에 저항하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내 가족의 죽음도 억울하고 억울한데 이런 재판에 침묵한다면 어찌 저 세상의 가족들을 볼 면목이 있겠는가!
대책위도 아리셀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죽어간 수많은 산재 사망 노동자들 위하고 앞으로도 이런 참사를 예방하고, 자본의 탐욕 속에 노동자들의 망가져 가는 육신을 위해서 싸우고 또 싸울 것이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