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라 더봄] 앤디 골드스워디 작품 속 공극의 의미 - 영원을 향한 창인가 무상함의 통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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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라 더봄] 앤디 골드스워디 작품 속 공극의 의미 - 영원을 향한 창인가 무상함의 통로인가

여성경제신문 2026-06-12 13:00:00 신고

‘SCREEN’, 1998. ANDY GOLDSWORTHY (1956 ~), AQUATINT PRINTED IN COLORS (6.9 X 6.9 IN.) /COURTESY OF ARTNET 
‘SCREEN’, 1998. ANDY GOLDSWORTHY (1956 ~), AQUATINT PRINTED IN COLORS (6.9 X 6.9 IN.) /COURTESY OF ARTNET 

앤디 골드스워디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나는 결국 그의 작품 속 공극(void, oculus, portal, window, hole)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 그의 작품 속 중심에 자리 잡은 구멍들은 결코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돌로 쌓은 반구형 지붕(Dome), 색의 단계적 차이를 이용한 단풍이나 돌들,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를 순간적으로 얼려 붙여 만든 구멍들, 검은 숲을 배경으로 만든 눈덩이들, 태양 빛을 배경으로 한 고드름 구체 등 반복적으로 표현된 공극 모티브들은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이 드러나는 중심점을 나타낸다.

“그 구멍은 나에게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깊은 구멍을 들여다보면 불안해집니다. 제 안정성 개념에 의문이 생기고 지구 내의 강력한 에너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검은색은 눈에 보이는 에너지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골드스워디는 자신의 창작물을 일시적이거나 무상한 것으로 간주한다. 

덧없음(Ephemeral)은 종종 자연과 관련된 무언가로 정의되는데, 이는 ‘하루만 지속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에페메로스(Ephemerous)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기록될 뿐 곧 사라진다. 골드스워디의 목표는 자연에 최대한 친밀하게 직접 참여하여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로 손에 닿는 모든 것을 다루는 즉흥적인 예술이기에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는 현장에 도착하여 그날 풍경을 조사하는 순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자연과의 미묘하고 소박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은 골드스워디 작품의 핵심이다. 그의 예술은 얼음, 나뭇가지, 바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통해 풍경과 매끄러운 관계를 맺는다.

‘Pebbles Around a Hole’ (1987), chromogenic print /courtesy of artnet.com
‘Pebbles Around a Hole’ (1987), chromogenic print /courtesy of artnet.com

수면 아래의 창문이 되는 공극 

골드스워디는 구멍을 통해 우리가 풍경과 맺는 피상적인 관계를 방해한다. 우리는 대개 자연을 평평한 배경이나 경치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그는 어두운 공극을 만들어 그 너머의 자연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한다. 골드스워디 역시 “내 예술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긴장감은 사물의 표면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온다. 표면 아래로 들어가는 필연적인 한 가지 방법은 그 아래에 있는 것을 향해 구멍, 즉 창문을 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듯이 ···.

골드스워디는 해변에서 모래를 발견하고 파낸 빈 공간 주변으로 부드럽게 물에 젖은 자갈로 동심원 모양의 고리를 배열한다. 자갈의 특성과 색상에 따라 세심하게 분류된 이 작업은 가장 바깥쪽 고리의 밝고 분필 같은 흰색에서 시작해 안쪽으로 나선을 그리며 연회색, 깊은 청회색, 그리고 마침내 칠흑 같은 어둠으로 중심부를 채워 나간다. 

돌이 지닌 자연스러운 음영과 중심부를 향해 내려가는 경사는 작품을 마치 거대하고 정밀한 눈동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을 지표면을 넘어 어두운 땅속 깊은 곳으로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이 환영은 보는 이를 긴장시키며 존재의 진실과 자연의 내밀한 비밀을 경험하게 한다. 

그에게 ‘블랙홀’과 같은 어두운 중심(구멍, 잎, 돌 등)은 결코 비어 있는 곳이 아닌 ‘긍정적인 존재’다. 이는 자연 세계의 표면 아래로 시선을 이끄는 명상적인 문이며, 때로는 덧없음과 영속성의 대비를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그의 작품 앞에 오랫동안 머물며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자연의 에너지인 지구의 불꽃

‘Clay wall’ 2007 /Courtesy of National Scottish Musesum
‘Clay wall’ 2007 /Courtesy of National Scottish Musesum

사람의 머리카락이 섞인 점토는 건조되는 과정에서 스스로 물리적 긴장감을 마주하며 수축하고 뒤틀린 채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그 균열 사이로 벽의 뒷면의 빈 공간이 드러나고 이는 마치 극심한 가뭄이나 지진이 발생한 것 같은 격렬한 에너지로 표현된다. 그는 공극의 강렬하고 응축된 어둠을 지질학적인 힘에 비유한다. 

”구멍의 검은색은 불의 불꽃과 같습니다. 불꽃이 불의 에너지를 시각화하듯 검은색은 지구의 불꽃, 즉 지구의 에너지입니다.” 그에게 이러한 공허함과 균열은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지구 에너지, 화산 활동 등을 표현한다.

시간과 초월의 포털

‘Rowan and Hole’ (1987) by Andy Goldsworthy. /Courtesy of Sojourn- art.comRowan leaves around a hole, made on a sunny day in the shade, Yorkshire Sculpture Park, West Bretton October 25, 1987.
‘Rowan and Hole’ (1987) by Andy Goldsworthy. /Courtesy of Sojourn- art.comRowan leaves around a hole, made on a sunny day in the shade, Yorkshire Sculpture Park, West Bretton October 25, 1987.

단풍잎의 단계적인 색채 변화로 완성된 작품 ‘로완 잎과 구멍’에서 그는 특정 재료와 유한한 시간을 들여 형태를 빚어내지만, 이내 사라짐으로써 ‘소비’의 개념을 역설한다. 이 작품은 잠시 후 사진만을 남긴 채 자연으로 흩어진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 미리 계획하지 않는다. 그저 날씨와 계절에 맞추어 발길을 옮기며 직관적으로 방향을 잡을 뿐이다. 매일 제공되는 우연한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눈이 오면 눈과 함께, 낙엽이 지면 나뭇잎과 함께 호흡하며 그날 발견한 재료로 작업은 시작한다. 

작업의 생명줄이자 에너지는 그의 움직임, 자연의 빛, 그리고 생성과 쇠퇴로 대변되는 자연 순환 현상그 자체다. 그는 물질을 둘러싼 주변의 에너지와 공간이 물질 내부의  에너지와 공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작가가 느끼는 충격, 장소가 지닌 저항, 물질의 특성과 날씨는 모두 작업의 원천이 된다. 

그는 눈에 보이는 표면 아래로 걸어 들어가자 한다. 나뭇잎, 바위, 막대기로 작업할 때 그가 주목하는 것은 그 물질 자체가 아니라 그 안과 주변의 요동치는 생명의 과정이다. 바람에 나뭇잎이 흩어져 날아갈 때 그는 숲의 잔해로 가득 찬 구멍 속에서 찰나의 아름다운 포털(통로)을 포착한다. 이렇듯 작품의 영속성을 지우고 사진과 문서로만 남기는 일시성은, 예술 작품이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관점도 제공한다. 

건축의 공동과 원형 천창 (Void, Oculus)

‘Roof’, (2004-2005) /Courtesy of National Gallery of Art in Washington D.C
‘Roof’, (2004-2005) /Courtesy of National Gallery of Art in Washington D.C

골드워디의 대형 프로젝트에 나타나는 공극(Void)은 보통 돌을 이용한 건축 형식을 차용한다. 워싱턴 D.C의 국립 미술관에 설치된 5개의 돔은 각각의 지붕에 원형 오큘러스(Oculus, 라틴어로 ‘눈’)를 품고 있다. 빛이 닿지 않는 위치에 만들어 오큘러스를 통해 내부가 보이지 않게 설치했다. 이는 마치 빛을 삼키는 조밀한 벨벳 같은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단단하고 무겁게 깔린 돌의 무게감은 이 공극을 깊고 묵직한 ‘부정적 공간(Negative Space)’의 깊이가 되게 한다. 오큘러스는 구멍을 들여다보는 관객과 풍경 사이에 관문이 되어 관객의 시선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단순한 갤러리 바닥을 깊고 조용한 사색의 공간으로 만든다.  

워싱턴 D.C의 정부 건축물에 사용되었던 지역의 돌로 쌓은 돔은 로마 공화정과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토대로 세워진 미국의 기원을 돌아보게 한다. 나아가 신석기 시대의 무덤과 주거 유적지의 흔적, 고대 로마 및 비잔틴 건축, 계몽주의의 로마네스크 양식, 그리고 현대의 공공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 역사의 궤적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사실 ‘지붕(Roof)’이라는 제목과 달리 작품이 건물 1층 입구에 설치되었다는 점은, 돔(Dome)의 본래 어원이자 ‘집’을 뜻하는 ‘도무스(Domus)’의 의미와 그 원위를 위트있게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호령하는 이 오만한 도시에서 공극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 굴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대체 세계, 일상의 법과 논리가 더는 상식이 되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니었을까!

골드스워디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이 ‘자연의 블랙홀’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주의)를 주기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우리 삶의 이면에 열린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듯하다. 

‘무제’, 1980년대 후반 /courtesy of doorofperception.com    
‘무제’, 1980년대 후반 /courtesy of doorofperception.com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작가의 손끝 촉각이 더해져 만들어진 그의 예술은 비록 일시적이고 무상하게 사라져 물리적으로는 남지 않을지라도 작가의 시간속에 ‘경험'으로 영원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무상함이야말로 자연현상과 존재의 의미를 잠시 고스란히 체득하여 우리에게 나눠주는 순환의 고리를 창조한다.

사라진 일순간들은 그 안에서 성장하고, 머무르며, 결국 쇠퇴한다. 사진으로 남겨진 작품의 살아 있는 순간들은 작업의 정점에 있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역설적으로 그 뒤에 이어질 모든 과정과 쇠퇴를 암시한다.  

그가 들여다보거나 뚫어낸 공극들은 반대편에 숨겨진 어떤 물리적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에너지, 깊은 시간, 그리고 자연의 원시적인 내면 활동을 우리가 대면할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비어 있는 공허의 공간 속에는 늘 시간과 운동이 존재하며 그 거대한 흐름에 따라 아주 작은 존재들의 운명도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고, 마침내 쇠퇴한다. 우리는 이 순환의 고리를 포털을 통해 들여다보며 비로소 ‘존재의 현존’을 인식하게 된다.  

매일 주어진 시간과 환경속에서 얻은 기회로 묵묵히 작업하는 그의 끊임없는 작업세계를 보며 나 역시 나를 들여다보는 귀한 기회를 포착한다.  

공극= 한자어로 빌 공 자에 틈 극 자를 쓴다. 물체나 물질의 내부 또는 물리적 구조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이나 구멍 공간을 의미한다. 작가 앤디 골드스워디의 작업에서는 단순한 여백을 넘어 자연의 에너지가 응축되고 순환하는 상징적 통로로 활용된다.

여성경제신문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lovelysarah0613@gmail.com

윤세라 Glenstone Museum 근무

한양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교육심리를 부전공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재직 중 1997년 도미하여 Northern Virginia Community College(NOVA)와 조지타운, 조지 워싱턴,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지질학 등을 수학했다. NOVA 지질학 랩(Geology Lab) 연구 부교수와 메릴랜드 포토맥의 글렌스톤 뮤지엄(Glenstone Museum)에서 근무하며 학술과 예술을 넘나드는 전문성을 쌓았다. 2023년 귀국 후 설악산 한계령에 농업회사법인 모란재를 설립했으며, 현재 자연과 농업, 전통과 예술을 결합한 뮤지움을 기획함과 동시에 Upper East 전시기획사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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