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반차 쓰고 응원의 '붉은 물결'…치킨집 낮부터 북적거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전재훈 양수연 윤민혁 정지수 기자 = 12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가 시작되자 시민들도 저마다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열리던 조별리그 경기는 이번엔 3차례 전부 출근 시간대인 평일 오전에 열린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앞당겨 경기 관람에 나섰다.
응원전이 열리는 KT빌딩 인근과 세종대왕상 일대 행사장은 총 6개 구획으로 구분됐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엔 응원단의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대한축구협회와 KT, 붉은악마는 최대 6천명이 자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낮 12시 기준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에는 최소 1만2천명에서 최대 1만4천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을 오가는 가운데 응원단은 선캡과 양산, 선글라스, 손풍기 등으로 무장하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빨간 티셔츠,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등 각종 응원 복장 사이로 사원증을 건 직장인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점심시간을 틈타 응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증권사 직원인 이지선(29)씨는 "점심시간인데 밥도 안 먹고 경기를 보려고 나왔다"며 "사람이 많아 자리가 마땅하지 않지만, 같이 응원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연차나 반차를 쓰고 광장을 찾은 직장인들도 있었다.
태극기 페이스페인팅을 한 김민지(30), 성중훈(32), 서영신(37)씨는 "직장인인데 함께 연차를 썼다. 인천에 사는 동네 친구"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씨는 "거리 응원전이 처음이라 설렌다"며 "축구협회 분위기가 어떻든 월드컵을 워낙 좋아한다. 오늘 제일 중요한 첫 경기이니까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인파가 몰리면서 광장 통행 흐름도 정체됐다.
연신 호루라기를 불던 한 경찰관은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점심시간이라 직장인이 많아졌다"며 "멈춰있지 말고 이동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치킨집은 대낮부터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차로 방문한 BBQ 홍대입구점엔 치킨을 먹으며 축구를 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해당 매장은 오픈 시간을 앞당겼다.
일상 시간대인 만큼 응원 복장을 한 손님은 적었지만, 표정은 응원단 못지않게 즐거웠다. 슈팅이 아쉽게 골망을 벗어날 때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회사 차원에서 단체 응원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달맞이광장바베큐 본점에서는 오비맥주 임직원 등 200여명이 응원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함께 '치맥'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했다.
증권가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여의도 응원전' 무대를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최대 1천200명 운집이 예상된다.
한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인 잠실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기를 보면서도 한 손에는 태극기나 성조기를 들고 '부정선거' 등 구호를 외쳤다. 별도의 응원 구호는 외치지 않는 분위기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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