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942억 원의 외상 공사, 961억 원의 전자어음, 그리고 사용승인 이후에도 이어진 공사 기록.
<뉴스락> 은 앞선 보도를 통해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회계 장부와 행정 기록의 짙은 모순을 추적해 왔다. 뉴스락>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숱한 정황 증거가 수년 전 수사기관에 넘어갔고 고발 역시 끊이지 않았음에도, 사태의 본질인 '자금 흐름'은 단 한 번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건이 각하와 항고, 재고발과 재항고의 굴레를 도는 사이,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했다. 과연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은 충분히 검증됐는가. 이제 공은 다시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뉴스락]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하도급 대금 지급 구조와 공사비 증액 과정의 모순에서 출발했다.
제보자는 수년 전부터 관련 자료를 꾸준히 보강하며 고발에 나섰지만, 사건은 번번이 각하와 불기소 처분의 벽에 부딪혔다.
공소시효 만료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조서와 절차적 논란까지 새롭게 불거지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수차례 고발에도 하도급 조사 '전무'… 10년간 이어진 부실 수사 타임라인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900억 원대 비리 의혹'은 제보자 A씨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수사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객관적 지표가 제출됐음에도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각하 처분이 반복되면서 제보자 측의 반발이 커졌다.
A씨의 첫 진정은 2018년 9월 서울북부지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약 1년간 수사를 진행하다 피진정인의 타 교도소 수감을 이유로 사건을 이송했고, 결국 2020년 3월 다른 담당 검사에 의해 공람종결 처분됐다.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로부터 18개 하도급업체의 공사 실적 신고 내역을 확보했음에도, 단 한 곳의 하도급업체도 소환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2년 11월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된 고발 사건 역시 결과는 같았다. 서부지검은 1년 뒤인 2023년 11월, 북부지검과 동일하게 하도급업체 소환 조사 없이 "추측성 주장만으로는 추가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각하했다.
구체적인 횡령 정황을 적시한 추가 고발에서도 수사기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A씨는 2024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하도급업체 리스피엔씨 대표가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과 공모해 공사대금 약 110억 원을 부풀려 B2B 전자어음으로 수령한 뒤, 세금과 수수료를 공제하고 김 회장에게 되돌려줬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중앙지검 역시 피고발인인 하도급업체 대표를 부르지 않은 채 '추측성 고발'이라며 각하 처분을 내렸다. 이후 같은해 11월 재차 고발장이 접수됐으나, 사건 배당(2026년 2월 24일) 불과 8일 만인 3월 4일 또다시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이러한 숱한 고발과 항고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일관된 '기계적 처분' 결과가 A씨 측이 수사기관에 짙은 불신을 갖게 된 핵심 배경이다.
A씨는 하도급업체의 감사보고서, B2B 전자어음 발행 내역, 구청의 인허가 및 사용승인 기록 등 공사비의 맹점을 찌르는 지표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A씨 측은 검찰이 전면적인 압수수색이나 자금 추적 없이 쌍용건설 측의 '코스트 앤 피(Cost & Fee·실비정산)' 해명을 중심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보고 있다. 시행사(어반오아시스)를 상대로 대주단 승인 없이 900억 원대 어음이 오간 금융 구조의 이면은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부상 나타난 수백억 원대 자금의 최종 귀속처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 채 기업 측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제보자 측의 시각 속에, 결국 A씨는 올해 4월 2일 당시 담당 검사와 수사관 등 4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검찰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처분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공보실은 <뉴스락> 의 서면 질의 뉴스락>에 대해 "고발인의 수사서류 위조 등 주장이 포함된 대검찰청 이첩 사건은 관련 절차에 따라 진정사건으로 접수해 조사한 뒤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찰청에서 직접 사건들을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는 재항고 사건 검토에 참고할 수 있도록 기록에 편철하도록 조치했다"며 "현재 고발인의 재항고로 대검찰청이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 처분 사유 답변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피의자 대변하고 제보자 압박했나... 커지는 수사 과정 의혹
A씨는 해당 공사비의 기이한 흐름을 포착한 뒤 자료를 준비해 검찰에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을 고발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조사 당시 수사사무관이 수사 과정에서 조서를 임의로 축소·위조했고, 본인의 인장까지 위조했다고 주장하며, 수사기관이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의 뒷배 역할을 한 거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A씨는 서울중구청으로부터 받은 '반얀트리 서울'의 인허가 및 사용승인 일자가 기재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근거로 해당 공사에 허위 부분이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자 수사사무관은 '불법이라 할지라도 공사를 할 수 있잖아요"라며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공사는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며 자신을 몰아갔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수사사무관이 인허가 날짜와 사용승인 날짜를 어겼더라도 공사가 있었다면 허위는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쌍용건설이 PF 금액을 700억 원 더 증액했음에도 가입하지 않은 안전공사보험 내역과 공기 불일치 자료를 제시했으나, 수사사무관은 "본인이 가짜라고 생각하고 맞춘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A씨를 악성 민원인 취급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당시 수사사무관이 피의자 측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무고로 고소하시라고 (김석준 회장 측에게) 제가 말씀드릴게요"라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도 고소장에 포함돼 수사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고발인 진술조서를 임의로 변조했다는 중대한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고소장에는 지난해 12월 고발인 조사 당시 A씨가 직접 확인했던 14~16매 분량의 진술조서가 최종적으로 9매로 무단 축소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A씨는 김석준 회장의 하도급 비리 의혹과 직결된 5~7장 분량의 핵심 진술이 삭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앞서 지적된 조서 제2쪽 하단이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하-'로 끝나고 제3쪽 상단이 '-였습니다'로 이어지는 대목은 조서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된다.
"고발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이 완성된 직후, 아무런 맥락이나 수사관의 부연 질문도 없이 뜬금없이 "각 하도급업체들마다 공제한 세금과 수수료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라는 답변으로 건너뛰는 등 문맥이 파괴된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다.
문서 조작 의혹은 조서에 찍힌 '간인(間印)' 논란으로 이어진다.
A씨가 외부 기관에 의뢰한 인영감정서에 따르면, 고발인이 실제 날인한 도장의 한자 '일어날 기(起)'의 획이, 변조 의혹이 제기된 조서 제3면 간인에서는 '물 수(水)' 자 형태의 전혀 다른 인영으로 찍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누군가 사후에 조서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도장을 사용했거나 인장을 위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 A씨 측의 설명이다.
A씨가 법원등재문서감정인을 찾아가 인영감정을 받은 결과 "의뢰된 감정자료 범위 내에서 이상의 감정결과를 종합한 결과 (진술조서 3쪽 간間)인영에서 水자 형태의 인획이 관찰된다"고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당 조서 인영에 기하학적 방법으로 격자형 그래프를 삽입 후 나타나는 특징을 관찰한 결과, '起(일어날 기)' 획의 '己(몸 기)' 획 자리에 '水(물 수)' 자로 추정되는 인획이 45도 반시계 방향으로 기울어져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당 인영을 180도 회전시켜 '水' 자와 비교한 결과에서도 자획의 형태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감정인의 전문적인 분석 결과가 사후 조서 변조 및 인장 위조 의혹에 한층 힘을 싣고 있는 대목이다.
<뉴스락> 은 이 같은 조서 축소 및 강압 수사 의혹과 관련해 당시 A씨를 수사했던 수사관을 수소문 끝에 찾아 연락을 취했지만 "원칙상 (기관 승인 없이)따로 언론과 인터뷰 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며 "공보실을 통해 답변을 받아달라" 뉴스락>고 회피했다.
6월 23일 공소시효 목전… 대검·공수처, '900억 비리' 실체 밝힐까
기존 수사기관의 처분에 한계를 느낀 A씨는 결국 공수처를 찾았다. 단순한 건설사의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이 수사기관의 직무유기 및 공문서위조 논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A씨는 기존에 본인을 조사한 수사팀을 고소함과 동시에, 덮여버린 수백억 원대 자금 흐름의 실체를 다시 검증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재항고이유서를 냈다.
특히 고발장에 적시된 쌍용건설의 기이한 자금 집행 구조와 행정 기록의 모순이 이번 재검토의 핵심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유령 공사비' 의혹의 실체다. 고발인은 장부에 기재된 공사비와 실제 자금 집행 규모 사이에 설명되지 않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실제 PF 자금으로 집행된 정상 공사비는 436억 원임에도 쌍용건설은 시행사로부터 단 1원도 받지 못한 '외상 공사(미수금)' 942억 원을 장부에 추가로 올렸다.
더 큰 모순은 이 942억 원에 대한 하도급 대금 명목으로 오히려 그보다 많은 961억여 원의 B2B 전자어음이 발행됐다는 점이다. 시공사의 이윤(취득분)을 전혀 남기지 않고 하도급업체에 어음을 과다 지급한 뒤, 세금과 수수료를 떼고 되돌려 받는 방식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이라는 것이 고발인의 주장이다.
행정 기록과 정면으로 엇갈리는 '타임라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관할 구청인 중구청의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해당 건물의 '사용승인일'은 2010년 2월 26일이다. 반면 쌍용건설 사업보고서에는 같은 해 11월 30일까지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사용승인 시점과 장부상 공사 완료 시점 사이에는 약 9개월의 간격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실제 어떤 공사가 진행됐고, 추가 집행된 공사비가 무엇에 사용됐는지는 이번 의혹의 핵심 검증 대상 가운데 하나다.
수백억 원의 공사비가 증액됐음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안전공사보험 내역 또한 '1378억 원 공사' 전체가 장부상의 허수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순한 심증이 아닌, 이처럼 관할 관청의 인허가 기록과 회계 장부에 기반한 객관적 지표들이 수사 과정에서 과연 철저히 검증됐는지 여부가 대검찰청의 재항고 인용 및 공수처 판단의 핵심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에 얽힌 961억 원대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의 공소시효는 이달 23일 만료된다.
수백억 원대 어음 거래의 실체와 회계 장부 및 행정 기록 사이의 불일치, 그리고 수사 과정 전반을 둘러싼 논란. 공소시효 만료를 목전에 둔 지금, 남산 타워호텔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수백억 원대 자금 흐름 의혹이 실체적 진실 규명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제 공은 대검찰청과 공수처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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