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돌봄 제공자는 진행성 암 환자의 치료와 돌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장기간의 돌봄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경험하며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돌봄 제공자의 어려움은 환자 돌봄의 질과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치료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평가와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 돌봄 제공자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표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2021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국내 9개 호스피스 병동에서 진행성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 돌봄 제공자 170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가족관계평가척도(FRAS)를 활용해 가족의 지지와 갈등, 친밀감 등 가족 관계를 평가하고, 한국어판 암 환자 가족 돌봄 제공자 삶의 질 지수(CQOLC-K)를 이용해 돌봄 부담과 적응 수준, 삶의 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족 관계가 좋을수록 가족 돌봄 제공자의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 간 갈등은 삶의 질 저하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보였으며, 가족의 지지는 돌봄 상황에 대한 적응을 높이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러한 연관성은 젊은 연령층, 직업이 없는 사람, 사회적 지지나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 돌봄 서비스 만족도가 낮은 사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가족 관계 평가를 통해 심리적·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가족 돌봄 제공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족 간 갈등이 확인된 경우에는 상담, 가족 회의, 사회복지 연계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수 있으며, 가족의 지지가 부족한 경우에는 돌봄 자원 연계와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는 맞춤형 접근이 가능하다.
이유정 교수는 “가족 관계가 좋은 사람의 삶의 질이 높다는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가족 관계 평가만으로도 향후 돌봄 부담과 삶의 질 저하 위험이 높은 가족 돌봄 제공자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약한 가족을 조기에 발견해 상담, 교육, 사회복지 자원 연계 등의 개입을 제공한다면 가족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Family Relationships as Modifiable Targets for Caregiver Quality of Life in Hospice Care: A Multicenter Study(호스피스 돌봄에서 가족 돌봄 제공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족 관계의 역할에 관한 다기관 연구)’라는 제목으로,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Current Oncology’ 5월호에 게재됐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