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일대는 경기 시작 전부터 거대한 축제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체코전을 앞두고 4년간의 기다림을 끝낸 팬들이 몰려든 것이다.
초록색 멕시코 유니폼 차림의 현지인들 사이에서 의외의 광경이 펼쳐졌다. 붉은 대표팀 유니폼이나 태극기를 걸친 '명예 한국인'들이 한국 팬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한 웃음과 함께 "꼬레아!"를 연호한 것이다. 개최국 상징색인 초록이 가장 많았음에도 한국 응원 비중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경기장 밖 응원 대결에서는 한국이 체코를 상대로 이미 완승을 거둔 분위기였다. 10명 중 1명꼴로 한국 유니폼을 착용한 현지 팬이 목격됐으며, 특히 손흥민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태극기를 뺨에 페인팅하거나 망토처럼 두른 멕시코인들도 한국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체코 원정 팬들도 파트리크 시크, 라디슬라프 크레이치 유니폼 차림으로 간간이 눈에 띄었으나 붉은 물결 앞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마르티네스 가족의 사연은 특별했다. 손흥민 열혈 팬인 아들 모리시오의 1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한국 유니폼을 맞춰 입고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아버지 에두아르도(50) 씨는 약 4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광팬인 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어가 서툰 모리시오는 손흥민을 왜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손흥민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 포즈로 대답을 대신했고, 경기 기대감을 묻자 격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 원정 팬들의 열정 또한 대단했다. 5번째 월드컵 현장 관전에 나선 김영남(47)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독일, 러시아, 카타르를 거쳐 이번 대회까지 왔다. 월드컵 현장만의 특별함에 대해 그는 평소 애국심이 크지 않던 사람도 피가 끓어오르고 애국가에 전율이 흐른다며 감격을 전했다.
7일간의 연차를 쓰고 온 임영배(32) 씨는 새빨간 가발 덕분에 현지 유명 인사가 됐다. 이미 10명 넘는 현지인들과 사진을 찍었다는 그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생애 첫 직관을 결심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리가MX 통산 우승 공동 2위(12회)를 자랑하는 명문 CD과달라하라의 홈구장인 이곳은 4만5천664명 수용 규모다. 경기 약 1시간 전 한국 선수들이 가벼운 조깅으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캡틴 손흥민은 땀에 흠뻑 젖으면서도 관중석을 향해 호응을 이끌어내며 열기를 끌어올렸다.
킥오프 약 10분 전, 일부 특석을 제외한 관중석이 빼곡히 채워졌다. 선발 명단이 장내 방송으로 호명될 때마다 뜨거운 환호가 터졌고, 마침내 7번 손흥민의 얼굴이 전광판에 뜨자 경기장을 뒤흔드는 폭발적인 함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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