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가 토양·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을 수천억원 규모로 과소 계상했다는 금융당국 판단이 나오자 낙동강 유역 시민단체들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통합환경허가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환경·시민·종교단체 등 60여개 단체가 참여한 '영풍제련소주변환경오염 및 주민건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는 11일 성명을 내고 "반세기 이상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 오염 문제를 야기해 온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문제와 관련한 책임이 국가기관 판단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며 "환경오염 문제를 초래한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전날 영풍의 회계처리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제재를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증선위는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개 사업연도에 걸쳐 토양 및 지하수 오염 정화와 관련된 충당부채를 수천억원 규모로 과소 계상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담당 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공동대책위는 증선위 판단에 따라 영풍이 제련소 주변 지역 토양정화충당부채와 주변 임야 토양정화충당부채, 제련소 하부 토양정화충당부채, 지하수정화충당부채 등 여러 항목에서 정화 의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항목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정화 방식을 전제로 비용을 산정해 실제 부담해야 할 정화 비용보다 낮게 계상한 것으로 증선위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동대책위는 지하수정화충당부채의 경우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114억원이 반영되지 않았고, 제련소 하부 토양정화충당부채 역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779억~905억원 규모가 누락된 것으로 증선위가 판단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문제의 핵심이 단순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 환경오염 복원 책임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정화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관련 의무를 인지하고도 수년간 동일한 방식으로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대규모 환경복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적 은폐 여부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동대책위는 증선위 제재에 검찰 고발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1월 22일 영풍과 장형진 고문을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공동대책위는 수년간 재무제표에서 환경 정화 비용이 누락된 행위가 단순 행정처분만으로 종결돼서는 안 된다며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추가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공동대책위는 환경부가 2022년 영풍 석포제련소에 103개 이행조건을 부과한 뒤 통합환경허가를 내줬지만 이후에도 환경 관련 법령 위반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합환경허가가 결과적으로 조업 지속의 근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하며 허가 취소와 함께 석포제련소 폐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낙동강과 주변 토양, 지하수, 임야 등에 대한 복원 비용은 영풍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차원의 감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공동대책위는 수천억원 규모의 정화 비용 누락이 수년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감독이 적절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부와 경상북도, 봉화군의 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관련 과정에서 유착이나 방조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수천억원 규모의 환경 정화 비용 누락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수사와 감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 수질과 지역 환경이 회복되고 주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관련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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