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이란 공습을 취소하고 이란과의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하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서 그간 위기 국면에서 치솟았던 유가가 3% 가까이 떨어지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2.92% 떨어지며 지난 4월 17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87.71달러로 2.58% 하락, 5월 29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하락세의 직접적인 촉매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온라인 발표였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논의가 이란 최고지도부까지 올라가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오늘 저녁 예정됐던 이란에 대한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사흘 연속 이란 공습을 예고하며 이란 석유 인프라 장악 가능성까지 거론하던 강경 기조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 위협’과 ‘평화적 타결’ 사이를 오가며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키워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중동 산유 시설 직접 타격과 대규모 공급 차질 가능성은 한 발 비켜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소 진정되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되돌려졌다는 분석이다.
공급 측 요인도 유가 하락에 힘을 보탰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트 에너지는 “미국의 역대급 원유 수출, 중국의 수요 둔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수출 경로 덕분에 시장이 과거 위기 때보다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우회 항로와 파이프라인 가동이 확대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도 글로벌 원유 공급망 전체가 마비되는 상황은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금융시장의 한 에너지 트레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탓에 유가는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해 왔다”며 “이번에는 공습 취소와 협상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각각 1∼2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온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와 미국·이란 간 협상 테이블로 쏠리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공급 여력 확대와 주요 수요국 경기 둔화, 우회 수송망 정착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며 국제유가의 상단을 제한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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