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됐던 3차 공습이 전격 취소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국면이 급반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부로부터 협상안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군사작전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군 아파치 헬기 피격 사건 이후 지난 9일 재개된 대이란 공격 3일째 되는 날 이 같은 발표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튀르키예 등 중동 핵심 국가들뿐 아니라 중재 역할을 맡은 파키스탄까지 논의 내용에 동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다. 이스라엘 역시 전쟁 당사국으로서 승인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도 마찬가지다.
서명식 일정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며, 이번 주말 유럽에서 행사가 열릴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포고문 서명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언급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테헤란 측 반응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낙관적 기류를 풍겼다.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합의 서명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으며 시간·장소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국영 IRNA 통신을 통해 밝혔다. 다만 합의안의 상당 부분이 정리됐다는 점은 그도 인정했다. 협상 도중 미국이 여러 차례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을 덧붙였으나, 이는 전면 부인이라기보다 경험에서 비롯된 신중한 자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란 파르스통신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양해각서 문안이 공식 승인된 적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결국 이란 측 초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최고 지도부가 최종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함께 전했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해 100여 일간 이어진 중동 분쟁은 이로써 파국 직전에서 타결 국면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협상 자체는 사실상 종결됐고 이란의 서명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공습 재개는 지체되는 서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이란 지도부 동의가 떨어지자 군사행동을 멈추고 서명식 준비에 착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측 설명에 따르면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측근을 통해서만 의사를 전달하는 데다 지도부 내부 갈등이 심해 의사결정에 시간이 소요됐다. 최대 원유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민간 시설 대신 군사시설만 정밀 타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도 타결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 대회가 이날 시작됨에 따라 교전 지속에 따른 부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의식했을 수 있다. 지난 4월 초 휴전 후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됐고, 국제유가와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이 경제적·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제 공은 테헤란으로 넘어갔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이란이 실제로 서명에 나서느냐, 그리고 종전 양해각서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다. 파르스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요구를 철회하고 2주 전 마무리 단계에 있던 초안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당시 초안은 60일 휴전 연장과 그 기간 핵 문제 협상을 골자로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충분하다며 재협상을 추진했다가 결국 원안을 수용했다는 것이 이란 측 설명이다.
다만 비핵화 합의 수준,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행 및 통행료 문제,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이란에 과도한 양보를 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레드라인'으로 못 박은 이란 핵무장 불용 원칙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기존 고농축 우라늄 처리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관심사다.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보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서명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고 미국의 해상 봉쇄도 풀린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최종 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양측이 합의 골격에 동의했더라도 세부 조항에서 이견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문안 조정이 삐걱거리면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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