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괴담에서 출발한 공포 영화 ‘백룸’이 글로벌 MZ세대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 흥행을 넘어 현실 공간 탐방과 참여형 콘텐츠 소비로까지 확장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백룸’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케인 파슨스의 동명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국 SF 공포 영화다. 원작 시리즈를 만든 케인 파슨스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북미 개봉 6일 만에 누적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고, 개봉 10일 만에 글로벌 흥행 수익 2억 126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배급사 A24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 국내에서도 누적관객수 85만 명을 넘어서는 등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룸’은 2019년 미국 온라인 콘텐츠로 시작된 디지털 괴담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벽지와 형광등 소음, 현실 세계를 벗어나 도달하게 되는 기묘한 공간이라는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게임, 영상 콘텐츠, 2차 창작물 등을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백룸’이 온라인을 넘어 현실 공간과 결합하며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화를 통해 ‘백룸’을 처음 접한 관객은 물론, 기존 세계관 팬들까지 가세하면서 가상 공간을 현실에서 체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열풍에 맞춰 국내 배급사 바이포엠스튜디오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백룸맵’ 제작에 나섰다. 이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백룸’을 연상시키는 국내 공간을 직접 제보하고 위치를 공유하는 참여형 시스템이다. 온라인 괴담에서 출발한 가상 세계관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특유의 기하학적 구조와 적막한 분위기를 가진 장소들은 자연스럽게 ‘한국판 백룸 성지’로 떠올랐다. 서울 강변테크노마트를 비롯해 하나로빌딩 지하아케이드, 전주의 폐업한 메가박스 건물, 부산 서면 CGV, 경기 시흥시 달월역 등이 대표적인 장소로 거론된다. ‘백룸’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싶은 이용자들은 지도에 등록된 장소를 찾아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도 관련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공포·체험 전문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한국판 백룸 탐방기’, ‘한국에 존재하는 백룸 찾기’ 등 현장 방문 콘텐츠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괴담이 영화를 거쳐 현실 공간 체험으로까지 이어지며 MZ세대의 새로운 참여형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 소비가 관람에서 체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백룸’ 성지순례 열풍 역시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에서 경험하려는 MZ세대의 참여형 소비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이제 OTT뿐 아니라 야구 관람이나 보드게임 같은 다양한 체험형 여가와도 경쟁해야 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된 시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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