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질긴 생명력 믿고 기다려야…숲은 스스로 살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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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질긴 생명력 믿고 기다려야…숲은 스스로 살아나요"

이데일리 2026-06-12 06: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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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경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8일 주왕산 의성산불 피해 복원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민하 기자)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국립공원은 생태계가 스스로 살아나도록 두는 게 원칙입니다.”

안호경(사진)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이 지난달 28일 찾은 산불 피해 현장에서 한 말이다. 안 소장은 산불 피해 복원의 핵심은 “불에 탄 숲과 시설을 인공적으로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닌 망가진 숲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3월 25일 의성에서 넘어온 산불이 주왕산을 덮친 모습 (사진=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지난해 3월 25일 오후 6시 20분, 의성에서 사흘간 번진 불이 달기약수탕 일원을 덮쳤다. 초속 25m, 태풍급 강풍이 몰아쳤다. 송진 머금은 소나무에 불길이 옮겨붙자 불길은 능선을 타고 계곡으로 곤두박질쳤다. 불길이 전력·통신 장애를 낳으면서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3시간 넘게 통신마저 끊겼다.

“전쟁터 같았어요.” 안 소장은 그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불이 번지자 직원들을 진화에 투입했다 불길이 너무 거세지자 한 시간 만에 모두 철수해 다친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만약 그때 직원들이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안 소장은 재만 남아버린 산등성이를 응시하며 말했다.

작년 4월 의성산불 진화 후 경북 청송 주왕산의 모습 (사진=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산불이 잡힌 날은 28일 오후였다. 주왕산을 삼키고 나무를 산산이 재로 만들고서야 불길은 비로소 잦아들었다. 피해는 공원 역사상 최악으로 남았다. 공원 면적 3분의 1인 3260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했다. 축구장 4500개, 여의도 11배 넓이다.

불길은 주불을 잡은 뒤가 더 끈질겼다. 소나무 뿌리에 박힌 불씨는 물을 부어도 버텼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20kg 펌프를 메고 두 발로 산을 30차례 오르내리며 잔불과 끝까지 싸웠다.

1년에 걸친 복구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시설은 사람이, 숲은 자연이 맡았다. 3260헥타르 가운데 사람이 나무를 심는 인공 복원은 약 6%에 해당하는 195헥타르뿐이다. 도로변과 민가 주변처럼 안전이 걱정되는 곳에만 손을 대고 나머지는 자연의 생명력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의성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 1년 2개월만에 새순이 많이 자라난 경북 청송 주왕산의 모습. 지난달 28일 촬영. (사진=이민하 기자)


“완전히 회복하려면 50년은 걸립니다.” 안 소장은 6여 년 전 불이 난 강원 고성은 지금도 송이버섯이 생산되지 않는다며 그만큼 더딘 길이지만 자연의 속도에 인간이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에 탔다는 이유로 나무를 뽑아 버리고 새로운 나무를 심는 일은 본래 ‘자연 보호’의 뜻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안 소장은 회복 속도가 빨라 식생이 되살아나는 구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초에는 주왕산이 위치한 청송 지역 유치원생들이 산불 피해 지역에 도토리를 다시 심었다. 내화성이 강하고 뿌리 발달이 뛰어난 참나무류 종자인 도토리를 심어 자연 복원을 돕는 것이다.

“온통 검게 탔던 자리에 벌써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푸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안 소장은 단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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