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국빈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EU 정상회담에 이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26년 만에 성사된 이번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통해 정부는 철강 통상 장벽 해소, 반도체·AI·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 공조, 문화·외교 부문에서 다각도의 실리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 대통령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교류) 142년이라는 오랜 신뢰의 시간만큼 협력의 지평도 넓어지고 있다”며 “그간 축적된 신뢰와 유대를 바탕으로 공동번영을 향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7월 'EU 새 철강 규제' 정조준… 최고위급 톱다운 외교로 돌파구
이번 순방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통상 격변기를 앞둔 한국 핵심 기간산업의 보호였다. EU는 오는 7월 1일부터 철강 30개 품목의 관세를 50%로 인상하되 일정 물량만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새 관세할당제도(TRQ)’를 시행한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EU 전체의 무관세 수입 물량이 기존 대비 약 46% 급감하게 되어, 지난해 기준 324만 톤을 수출한 한국 철강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철강 산업은 국가 경제의 중추이자 제조업 기반, 공급망 안정을 위해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핵심 기간산업”이라며,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직접 제기해 한국 기업들이 FTA 체결국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EU 측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하며 한국의 요청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확답을 내놓았다. 정부는 통상교섭본부장과 EU 통상집행위원 간의 집중 협상을 통해 타국 대비 월등히 유리한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탈리아 '초감가상각제' 장벽 해소 및 첨단·우주산업 공조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정부가 우리 수출 기업들의 걸림돌을 기민하게 해결해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지난 1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방한 당시 논의됐던 이탈리아의 '초감가상각제도(기업의 신규 설비 도입 시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요건이 이탈리아 정부와 의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해소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양국은 첨단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로마에서 30여 개의 양국 기업이 참석해 반도체, AI, 방산, 우주항공, 에너지, 바이오 분야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한다.
과학기술 공동 연구: 2026년부터 3년간 AI, 첨단바이오, 우주·항공, 반도체 등 8개 분야의 공동연구과제를 지원하며, 이번에 체결된 ‘첨단 과학기술 및 ICT 협력 양해각서(MOU)’로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우주 안보: 양국 우주청이 위성의 궤도와 위치를 함께 추적하며 우주 위험에 공동 대응하는 전술적 공조 체계를 확립했다.
▲ 중동발(發) 공급망 위기 대응 및 전방위 문화 협정 체결
최근 격화되고 있는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안보 협력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동 전쟁에서 비롯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우방국 간 공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며 양국이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소기업 및 사회연대경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대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서민 경제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는 기반을 다졌다.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양국의 문화 콘텐츠(소프트 파워) 결합도 가속화된다. 양국은 영화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으며, 이탈리아 고대 유적지 ‘포로 로마노’에 사상 최초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개시한다. 또한 오는 13일 피렌체 방문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우피치 미술관 간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외교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발전시키기 위해 ‘2026-2030 한-이탈리아 전략적 행동계획’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이 공동번영의 새로운 길을 열어젖히고, 양국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그라치에 디 쿠오레(감사합니다)”라는 이탈리아어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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