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한국 외교는 그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틀로 규정됐으나 최근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 가운데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 방식은 유효성을 잃었다고 본다"며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기보다는 우리 국익에 기반해 경쟁·협력·도전 요인에 대한 다각적인 인식 하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필수적인 공급망 파트너지만 한편으로는 양국의 경쟁 측면도 커진 게 사실이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첨단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시점에서 미국과의 경제 협력이 첨단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제 고도화에 도움이 되는 요소"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동맹은 여전히 한국 외교의 기본 축이지만 시대와 현실에 맞게 동맹을 심화·발전시키는 동시에 자강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연대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자강은 의존적 동맹국이 아닌,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는 능력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미국이 원하는 동맹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우리 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회복과 국방비 증액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우선순위에 대해 "우리 정부는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헌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전직 대통령들의 탄핵의 근본 원인과 헌법 개혁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행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나서주신 시민들 덕분에 계엄은 무력화되었지만, 이는 대통령의 자의적 권력 행사를 제어할 장치가 부재했다는 걸 일깨워 줬다"며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맞게 헌법을 시대에 맞게 고치는 것과 더불어 불법 비상계엄 같은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제어할 수 있도록 장치들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에 대해 △저출산과 그로 인한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과 지역 소멸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과제들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도 저출산, 고령화, 지역 불균형과 같은 공통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가 경험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제 목표는 젊은이들이 지역과 관계없이 좋은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모두의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와의 경제적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은 반도체·배터리·디지털기술·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탈리아는 기계·항공우주·자동차·에너지 그리고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인공지능(AI)과 첨단 제조업이 결합하는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세기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제조업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함께 써 내려 갔다면, 21세기에는 AI 시대의 산업 혁신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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