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2월 말 이란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물가가 급등세를 보인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 직후 ECB는 예금금리를 기존 연 2.00%에서 2.2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주요재융자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2.40%, 2.65%로 인상됐다. 2023년 9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긴축 전환이다.
지난해 6월 예금금리를 2.00%까지 낮췄던 ECB가 다시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중동 분쟁 초기인 3월만 해도 단기 충격은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기조를 바꿨다. 지난 4월 회의에서 동결 결정이 아슬아슬했다고 ECB 인사들이 밝힌 바 있어 이번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ECB는 성명을 통해 중동 전쟁이 물가 상승 압력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으로 전쟁발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물가 전망치도 대폭 수정됐다.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측은 기존 2.6%에서 3.0%로, 내년은 2.0%에서 2.3%로 각각 상향됐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올해 0.9%에서 0.8%로, 내년은 1.3%에서 1.2%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식품·상품·서비스 가격으로 에너지발 충격이 전이될 것이라는 게 ECB의 분석이다. 원자재 시장과 실질 소득, 경제 심리에 미치는 전쟁의 영향이 성장률 전망에 반영됐다고 ECB는 설명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오르며 ECB 중기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다. 1분기 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2% 역성장해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추가로 두 차례 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이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경기 위축만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베렌베르크은행의 홀거 슈미딩은 이번 조치가 이란전쟁 피해를 악화시키는 역풍이라고 비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엘런레이놀즈는 에너지 가격발 인플레이션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ECB의 긴축 사이클이 단명할 것이라며 한 차례 추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으로 유로존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2.50%) 간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 기준금리(3.50~3.75%)와의 차이는 1.25~1.50%포인트가 됐다. 새 금리는 오는 17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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