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 대표가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말을 남겨 파장이 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여당을 비판한데 이어 9일에는 유럽 순방 배웅에 정 대표가 제외되면서 '명심'이 정 대표가 아닌 김민석 총리에게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와중에 정 대표가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은 정권을 겨냥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 대표를 향한 비판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10일 의원총회에서도 정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나왔으나 정 대표는 '단결론'을 펴면서 당권 투쟁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정청래, 순방 패싱 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마이웨이' 선언?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8월 예정된 가운데 정청래 대표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임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정 대표는 "24년 동안 제가 느끼는 것은 야당은 야당다울 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여당은 여당다울 때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는 사실"이라며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이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의 지방선거 평가는 정 대표를 향한 우회적 경고로 해석됐다.
여기에 지난 9일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 정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반면, 당권 경쟁자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공항에 나와 이 대통령을 환송해 '명심'이 김 총리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KBC박영환의 시사1번지에서 "이 대통령이 민주당 내 지지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정청래 대표한테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날 그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다음 날 안 만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 머릿 속에는 계속 정청래 대표가 언제든지 기회가 있으면 목덜미를 잡고 내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심이 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기회에 없애지 못하면은 내가 임기 2년 차부터 오히려 정청래 대표한테 끌려다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자기 사람으로 당을 장악하려는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신주호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대통령의 의중이 분명히 김민석 총리한테 있다고 한 번 더 짚고 넘어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청래 대표는 오지 말라고 해 놓고 김민석 총리는 웃으면서 환송을 한 것은 결국에 대통령이 사실상 김민석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생각이고,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부글부글'…"여당 대표가 할 말 아냐"
與 비공개 의총서 "정청래 사퇴해야"
이런 흐름에서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는 발언은 아직 집권 4년이나 남은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11일 KBC박영환의 시사1번지에서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 선전 포고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명 대통령 체제 하에서는 본인의 역할이 없겠다고 느끼다 보니까 오히려 이번 경선 때 김어준 씨와 손을 잡고 본인의 이익을 지금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손수조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방송에서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정권 조기 레임덕을 거의 선언했다고 받아들여진다"며 마이웨이 가겠다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대표의 최고위 발언으로, 국회 및 당무에 관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으나 친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언주 의원은 11일 중앙일보 정치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서 "정권보다 더 짧은 게 당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권이 짧다는 말은 당권을 가진 정 대표가 할 말은 아니었다"며 "본인의 입장부터 자각하고 남 이야기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당원은 영원하고 당권은 짧다고 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에 대한 불출마 압박도 이어졌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에서 오는 8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연임에 대한 당원들 권유도 있었으나 압도적으로 이겨야 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정 대표를 우회적으로 겨눴다.
황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도 "공천 갈등과 선거 과정 삐걱거림은 중도층·청년·영남 민심에 거부감을 안겼고 우호적인 야당과의 관계 관리에도 실패했다"며 "국민 경고, 20·30세대 선택에 담긴 뜻을 무겁게 새기고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중진 박지원 의원도 같은날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산술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 패배했다"며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은 지도부가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책임을 지고 (다음 전당대회에)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며 "억울하더라도 상징성 있는 지도부가 먼저 책임져야 한다. 정치인은 아무리 잘해도 한 가지 잘못하면 국민은 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11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재선 장철민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는데도 당 차원의 각성이 없다"며 "정 대표가 전당대회에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오늘이라도 사퇴해야 중립성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초선 임미애 의원도 "이재명 대표 시절 전당대회 재출마 사례를 보면 사퇴 후 60일 내 선거를 치렀다"며 "정 대표도 지금쯤 사퇴해 공정한 관리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이 대통령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분열하면 패배"
정청래 대표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과 '단결'을 거듭 강조하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정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지난번 의원총회 때 제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어록을 소개했다"며 "오늘은 이재명 대통령님의 어록을 제가 소개하면서 발언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제가 가슴 속에 항상 새기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어록 2가지가 있다"며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 그것보다 크겠느냐'는 발언들을 언급했다.
정 대표는 "우리 내부의 단결을 강조하시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 어제 저는 이재명 대통령님의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고 말씀 드렸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마음을 가다듬고 해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키고 반드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다짐과 결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대한민국은 이재명 대통령 보유국이라고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됐다"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합심단결하는 것, 그리고 어렵게 우리가 지켜온 민주주의를 더 확장시키는 것이 민주당 의원이 해야 될 역사적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이 시대적 과제 앞에서 우린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며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이 동지적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명심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 속에서 단결은 승리, 분열은 패배였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단합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연임을 위한 당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날 그는 자신의 지지층이 주로 활동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을 찾아 "많은 고뇌와 회한의 밤을 보낸다"면서도 "결론은 항상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다짐과 결의"라고 글을 남겼다.
차기 민주당 대표 지지율, 양자대결 김민석 우세
현재 민주당 당권 주자로는 정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김민석 총리가 한발 앞선 모습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6일~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무선 100%, ARS, 표본오차±2.2%P) 김민석 18.2%, 정청래 16.0%, 송영길 14.3%로 집계됐다. 3명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지지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808명(표본오차±3.4%P)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는 김민석 32.0%, 정청래 27.2%, 송영길 22.0%로 격차가 벌어졌다.
특히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김 총리의 우세가 확인된다.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김민석 47.3% vs 정청래 31.6%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15.7%P다. 전당대회 룰에 따른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김민석 42.8% vs 정청래 27.4%로 집계됐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8일~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36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무선 100%, ARS, 표본오차±3.0%P)는 김민석 24%, 정청래 18.4%, 송영길 15.8%였다.
이는 2개월 전 조사와 비교할 때 차이를 보인다. 김 총리의 지지율은 20.2%에서 24%로, 3.8%p 올랐다. 반면 정 대표의 지지율은 28.7%에서 18.4%로, 10.3%p 하락했다. 송 의원의 지지율은 17.7%에서 15.8%로, 1.9%p 줄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총리 40.1%, 송 의원 24%, 정 대표 22.9%로, 김 총리가 유일하게 40%대 지지를 얻으면서 다른 후보들과 10%p 이상 격차를 보였다.
2개월 전과 비교해 민주당 지지층에서 김 총리의 지지율은 13.9%p 올랐고, 정 대표의 지지율은 16.6%p 빠졌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정 대표 12.8%, 송 의원 9.9%, 김 총리 6.5%였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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