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태광산업의 뷰티 신설 계열사 ‘실(SIL)’이 첫 번째 브랜드 ‘사핀(SAFIN)’을 공개하며 치열한 K뷰티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태광산업이 추진하는 1조5000억원 규모 신사업의 일환으로 베일을 벗은 사핀은, 국내 삼면 바다의 원료를 결합한 고기능성 스킨케어를 앞세워 30·40세대 여성층을 정조준한다.
최근 K뷰티 시장이 올리브영과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중저가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사핀은 대중성과 기능성을 결합한 ‘매스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애경산업 인수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규 브랜드인 만큼 그룹 차원의 뷰티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오후 방문한 성수동 S팩토리 내 사핀 팝업스토어는 정식 오픈 전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뷰티 소비자들로 붐볐다. 특히 브랜드의 핵심 타깃인 30·40세대 여성 방문객들이 체험존에 몰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1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운영되는 이번 팝업 공간은 일방적인 제품 노출 대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체험형 마케팅’에 무게를 실었다. 방문객들은 오브제 캔들 만들기, 가챠 게임, 라이브 드로잉쇼, 앰플 체험 등을 통해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김진숙 SIL 대표는 “구매력을 갖췄지만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브랜드를 찾지 못한 30·40 소비자층의 정착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핀이 내세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한국의 삼면 바다’다. 병풀(시카)이나 어성초 등 육지 유래 원료를 활용한 인디 브랜드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활용 사례가 적은 국내 해양 자원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동해 해양 심층수와 남해 켈프(다시마), 서해 신안 씨실트(머드)를 K더마톨로지 연구 기술과 해양 바이오 기술로 결합한 ‘리버스마린’ 성분을 통해 피부 회복력과 안티에이징 수요를 공략한다는 게 사핀의 전략이다.
제품 라인업 역시 핵심 타깃 고객층의 피부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케어 패치 3종, 앰플 3종, 토너·크림·UV크림 등 기초 스킨케어 중심 라인업을 구축, 엑소좀 기술·피부 표면 모사 공법 등을 적용해 고기능성 웰니스 스킨케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유통 전략은 정체성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사핀은 현재 자사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당분간 D2C(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 채널 입점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브랜드 정체성 구축에 우선순위를 둔 판단으로 읽힌다. 향후 브랜드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오프라인 채널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은 미국과 일본을 우선 공략 시장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순 수출보다 현지 주요 유통 채널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집중한다.
사핀은 태광그룹의 뷰티 사업 확장 전략의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태광산업은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애경산업, 동성제약, 신설 법인 실을 그룹 뷰티 사업의 ‘삼각 편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실은 조직을 대규모로 운영하기보다 국내 ODM 기업과 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커넥트 앤 디벨롭(Connect & Develop)’ 전략을 담당할 예정이다. K뷰티 인디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히는 민첩성과 기동성을 접목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실은 데이터·콘텐츠를 기반으로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애경산업은 제조·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그룹 뷰티 산업의 안정적인 축을 담당하는 구조로 분석된다.
다만 사핀이 표방하는 ‘매스 프리미엄’ 전략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존재한다. 사핀 제품의 가격대는 2만원대 중후반에서 5만원선으로 책정됐는데,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럭셔리 스킨케어보다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 프리미엄 시장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뷰티 시장이 가성비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로 양극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리 격인 영역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태광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간판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20'S)’의 가격대와 상당 부분 중첩되기도 한다.
나아가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동성제약이라는 기존 뷰티 인프라를 갖춘 상황에서 별도 법인인 ‘실’을 통해 신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향후 계열사 간 효율적인 역할 분담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법인 분리가 각 기업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용할지, 혹은 역량 집중의 분산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K뷰티의 글로벌 강세 흐름에 맞춰 시장에 뛰어드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효율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법인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이 후발 주자로서의 강점을 얼마나 실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최근 소비 기조가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시너지를 한데 응집해야 하는데, 시장의 허리 격인 중간 가격대를 선택한 부분이 매스 프리미엄 시장에서 제대로 통할지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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