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노란봉투법 시행(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 사건이 급증하면서 노사 분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교섭 책임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노동위로 쏟아지는 가운데, 사건 처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에 노동 현장에서는 새로운 권리구제 통로가 열렸다는 평가와 함께 사건 급증에 따른 처리 지연과 행정 과부하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11일 노동위 통계를 보면 올해 1~4월 노동위 전체 접수 사건은 1만458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0건보다 4502건(44.7%) 늘어난 수치다.
노동위 사건 접수는 노사 갈등이 공식적인 분쟁 절차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와 노동부 안팎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새로운 유형의 노사 분쟁이 증가하면서 사건 접수 건수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더해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하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단위 분리 신청 등이 잇따라 노동위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달라는 교섭 요구가 여러 산업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노동위도 관련 사건 심리와 판단에 있어 상당한 인력과 행정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노동위 전체 접수 사건은 2021년 1만7800건에서 2022년 1만8110건, 2023년 2만1691건, 2024년 2만4265건, 지난해 2만6806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매년 역대 최다 접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사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노동위의 심판·조정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노동위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2024년 50.1일에서 지난해 52.7일로 증가했다. 특히 중앙노동위 재심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같은 기간 93.8일에서 114.6일로 늘어나며 100일을 넘어섰다.
노동위 사건은 지방노동위의 초심과 중앙노동위의 재심을 거친 뒤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사건 적체가 심화될 경우 당사자들의 권리구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 행정소송의 평균 처리기간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노동위 관련 행정소송은 1심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평균 1137일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957일, 2024년 1092일에 이어 매년 늘어난 것으로, 최종 판단을 받기까지 3년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현재 노동위 사건은 올 한 해 3만건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이어 역대급 하투(夏鬪)까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전날 창사 이후 첫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편과 보상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갈등도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한 달 넘게 이어진 교섭 난항 끝에 다음 달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최근 산업계에서는 임금 인상뿐 아니라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 등을 둘러싼 갈등이 노사 관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업이 늘면 노동위 사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그동안 법·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원·하청 간 교섭 갈등이 공식적인 분쟁 절차로 유입되면서 노동위 사건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사건 급증이 곧바로 노사관계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 범위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법적 기준이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분쟁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노동위 사건 급증이 처리 지연으로 이어져 노동자와 사용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건 적체가 심화될 경우 구제의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노동위의 행정 부담이 가중되면서 심리·판정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노동위의 인력·조직 확충과 함께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 교섭 의무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향후 노사 갈등을 줄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하반기 역대급 하투에 대비해 고용노동부 청·대표지청 8곳에 가칭 ‘노사교섭 지원팀’을 꾸리고 현장 교섭을 지원하며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노동위 사건은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적용 과정에서 제도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계되면서 상당수 쟁점이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란봉투법 적용 범위와 진정·조정 절차 등을 보다 유연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내려진 판정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분쟁이 곧바로 사법절차로 넘어가기보다 노동위 단계에서 최대한 조정·해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명확하게 설계해야 사건 증가와 처리 지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