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한화그룹이 현지 로비스트를 대거 영입하며 본격적인 수주 총력전에 돌입했다. 최근 한화그룹이 구성한 로비 조직에는 공직자, 해군 고위직 출신 인사 등 캐나다 정·관계 및 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초대형 방산 수주전의 특성상 단순한 기술력 경쟁을 넘어 현지 의사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고도의 정치·외교적 전략이 중요한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이는 행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화디펜스캐나다 '베테랑 로비스트' 3인 영입…35년 대관 베테랑, 퀘벡통 전면 배치
르데스크가 캐나다 연방 정부 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화그룹 캐나다 현지 법인인 한화디펜스캐나다(Hanwha Defence Canada)는 지난 4월 말 이후 총 3명의 로비스트를 추가로 영입했다. 한화디펜스캐나다는 그룹 차원에서 해양 방산 부문의 캐나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 올해 초 출범시킨 해외 법인이다. 캐나다 수도이자 정부종합청사와 국방부, 총리실 등이 밀집해 있는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위치해 있다.
한화디펜스캐나다는 지난 4월 말 '로버트 에버셔드(Robert Evershed)'와 '마르탱-피에르 펠레티에(Martin-Pierre Pelletier)'를 대관 대리인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달 4일에는 '엘로이즈 아돌프(Eloïse Adolphe)'를 추가로 등록했다. 이들은 모두 캐나다 오타와 소재의 유력 정부 관계(GR) 컨설팅사인 '프로스팩터스 어소시에이츠'(Prospectus Associates) 소속의 베테랑 컨설턴트(로비스트)다.
1991년 설립된 프로스팩터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 35년간 캐나다 연방 및 주정부를 대상으로 방산 조달, 정책 대응, 규제 승인, 인수합병(M&A) 등의 대관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컨설턴트 기업이다. 소속 컨설턴트 중 상당수는 과거 연방정부 고위직을 비롯해 장관실 보좌관, 의회 핵심 관계자 등 관료 출신이다. 캐나다 현지에선 경쟁 업체에 비해 탄탄한 정·관계 네트워크를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디펜스캐나다가 지난 4월 29일 영입한 로버트 에버셔드(Robert Evershed)는 프로스팩터스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캐나다 대관 분야의 거물급 인사다. 과거 외교통상부의 존 크로스비(John Crosbie) 당시 국제무역부 장관의 보좌관 신분으로 북미자유무역협 관련 주요 정책을 지원한 이력을 지녔다. 또한 캐나다 국영 수출신용기관인 수출개발공사(EDC)에서 수출금융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해외 시장 진출 기업들을 지원하고 OECD 무역 정책 자문 등을 수행한 금융·통상 전문가이기도 하다.
에버셔드는 과거 캐나다 정부관계연구소(GRIC) 집행위원회 전임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GRIC는 캐나다의 로비스트, 공공정책 전문가, 대관업무(Government Relations) 담당자들이 가입하는 현지 비영리 단체다. 회원들은 업무 관련 정보 교류나 정부 인사와의 네트워크 형성 과정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개인 명의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클럽으로 오타와 정·재계 인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회원제 프라이빗 클럽인 '오타와 골프 앤 컨트리 클럽' 회원권도 소유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한화디펜스캐나다 대관 업무에 합류한 마르탱-피에르 펠레티에(Martin-Pierre Pelletier)는 프로스팩터스 어소시에이츠의 수석 파트너다. 그는 1997년부터 약 10년간 캐나다 연방 정부 국세부, 인적자원부, 국제무역부, 외교부 등 주요 부처 장관실에서 정책보좌관과 부비서실장, 의회담당국장 등을 역임한 베테랑 관료 출신 인사다. 캐나다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특정 정책 분야마다 별도의 장관을 두고 있다.
펠레티에는 특히 캐나다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퀘벡 지역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연방정부 시절 외교·통상 정책을 조율하며 퀘벡주 관련 현안을 전담했고 민간 대관업계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퀘벡 내 주요 기업들의 대관 업무를 담당해 왔다. 퀘벡 명문 라발대학교(Université Laval)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현지 네트워크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퀘벡주는 캐나다 최대 조선소인 다비(Davie) 조선소가 위치한 지역이다. 다비조선소는 최근 캐나다 국가조선전략(NSS)의 핵심 파트너로 지정돼 해안경비대 선박 건조를 주도하고 있으며 퀘벡 주정부와 함께 8억4000만 캐나다달러(한화 약 90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인프라 현대화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4일 대관 담당자로 등록된 엘로이즈 아돌프(Eloïse Adolphe) 컨설턴트는 구체적인 대외 이력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가 맡은 대관 업무 범위는 공개된 상태다. 캐나다 아돌프는 캐나다 정부가 CPSP의 공급업체로 한화그룹을 검토하도록 설득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한화의 군용 지상 시스템 및 차량 등 방산 조달 프로그램과 관련해 현지 당국과의 면담을 주선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의 주요 접촉 대상 기관은 국방부(DND), 공공서비스조달부(PSPC), 총리실(PMO), 재무부(FIN), 외교부(GAC), 혁신과학경제개발부(ISED) 및 연방 상·하원 등이다.
올해 한화디펜스캐나다의 지휘봉을 쥔 글렌 코플랜드(Glenn Copeland) CEO 역시 대관 업무에 기여할 만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코플랜드는 캐나다 왕립 해군에서 약 22년간 복무한 군인 출신 경영인이다. 현역 시절 대서양 해군 훈련 부장과 호위함 'HMCS 세인트존스'의 부함장 등을 맡아 군함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 전역 이후에는 세계 최대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의 캐나다 총괄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캐나다 로비 전방위 지원…고도의 정치·외교 전략에 수주 성공 기대감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화그룹 각 계열사들이 올해 영입한 캐나다 전담 로비스트만해도 무려 8명에 달한다. 지난해 영입 규모가 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례로 한화디펜스USA가 지난 3월 16일 영입한 피터 스터더(Peter Studer)는 현지 방산 대관 컨설팅사인 'CFN 컨설턴츠(CFN Consultants)'의 수석 총괄 파트너다. 그는 1980년 연방 공직에 입문한 후 1987년부터 25년 이상 캐나다 국방부(DND)에서 근무했다. 2000년에는 국방부 내 방산 계약 및 조달 규정을 총괄하는 고위직인 물자관리본부의 계약정책국장을 맡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월 1일 한국 본사가 직접 CFN 컨설턴츠의 데이브 해더럴(Dave Hatherall) 수석 파트너와 노먼 졸린(Norman Jolin) 부컨설턴트를 캐나다 현지 로비스트로 동시 영입했다. 해더럴은 1986년 캐나다 연방 공직에 입문한 뒤 캐나다 조달국 해양건설 부문 총괄을 맡으며 35년 이상 관련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캐나다 해군의 핼리팩스급 호위함 성능개량사업을 총괄했으며 왕립 캐나다 해군(RCN)의 함정 유지·보수 조달 업무를 전담하는 해양유지본부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공직 생활 마지막에는 대형해양건조사업본부 본부장을 맡아 해안경비대 및 교통부 소속 대형 선박의 건조와 유지지원 사업을 총괄했다.
노먼 졸린(Norman Jolin)은 캐나다 왕립 해군에서 37년간 복무한 고위 장교 출신의 로비스트다. 군 복무 시절엔 잠수함과 수상 전투함을 모두 지휘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핼리팩스급 호위함인 'HMCS 몬트리올' 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캐나다군참모대학 교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서양사령부 훈련 책임자 등도 지냈다. 전역 후 CFN 컨설턴츠에 합류해 캐나다 해군 및 해안경비대의 신규 선박 건조와 함대 현대화 사업 관련 자문을 수행해 오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그룹의 캐나다 전담 로비스트 강화 행보는 '차세대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 가능성을 드높일만한 긍정적인 요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앞서 캐나다 국방부는 최소 8척에서 최대 12척의 신형 디젤 잠수함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총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프로젝트다. 현재 수주전은 사실상 한국과 독일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와 국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최종 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방산 수주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정·관계 및 군 고위층과의 긴밀한 소통, 그리고 조달 프로세스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며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적인 캐나다 로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캐나다 방산업계의 핵심 요직을 거친 거물급 인사들의 영입은 현지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방산 해외수주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합법적 제도인 로비스트 활용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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