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례 토대 한국형 제도 추진 방향 논의
최근 만성콩팥병의 국가관리를 골자로 한 ‘만성콩팥병 관리법’ 법안이 발의되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와 한국에 걸맞은 제도 안착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신장학회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성공적인 대만 사례를 토대로 국내 입법 필요성과 한국형 제도 추진 방향을 논의했다.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이 손상돼 있거나 콩팥의 기능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급증으로 세계에서 환자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법적 기반은 부재한 실정이다.
첫 발표에 나선 대한신장학회 김세중 등록이사는 만성콩팥병 원인의 47%를 차지하는 당뇨병관리와 5.4%에 그친 복막투석 비율 등의 한계를 지적하고 올해 2월 발의된 ‘만성콩팥병 관리법’을 토대로 국가관리위원회 설치, 환자 등록체계 구축, 투석센터 인증제, 재택투석비율 33% 확대 등 국가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뒤이어 대만 타이베이의대병원 우이원(I-Wen Wu) 내과 부장이 대만의 단계별 성과연동지불 정책을 소개했다. 대만은 한국에 이은 만성콩팥병 발병률 2위 국가이지만 국가관리체계를 선도적으로 구축해 만성콩팥병의 진행위험을 낮췄다.
성과연동지불 프로그램은 만성콩팥병 표준관리지침을 수행한 의료기관에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정기적인 사구체여과율(eGFR)·크레아티닌 검사 ▲혈압·혈당 관리 ▲영양상담 ▲신장 전문의 중심의 다학제 진료 ▲환자 교육 ▲투석 준비 교육 및 혈관접근로 관리 등 표준화된 관리지침을 수행하고 성과 달성 시 추가 보상을 받는다. 우이원 부장은 “이를 통해 만성콩팥병 진행위험을 40% 낮췄으며 최근에는 AI 기반의 케어로 정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김세중 이사, 이진용 교수(서울의대), 이동형 대한신장학회 일반이사(KHP 2033 특임이사), I-Wen Wu 부장, Wei-Cheng Tseng 교수(타이베이 영민총병원), 최은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MBN 기자), 한정선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편집위원장(헬스경향 기자)이 패널로 참여해 대만 모델의 한국 적용 방안과 정책 과제를 두고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에서는 대만의 성과연동지불제도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한국 의료환경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신장학회 이동형 일반이사는 “단순히 투석시점을 늦춘 것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면 필요한 투석까지 지연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응급투석 감소와 계획투석 증가, 혈관접근로 준비율, 입원율 감소 등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지표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MBN 기자)은 “만성콩팥병은 통증이 없고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사회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며 “당뇨병·고혈압 단계부터 소변검사와 단백뇨 검사 등을 통한 조기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선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편집위원장(헬스경향 기자)은 만성콩팥병 관리법의 핵심은 ‘생명 유지 치료’라는 특수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정선 위원장은 “투석은 멈추면 수일 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치료인 만큼 단순 만성질환 관리 차원이 아니라 별도 법적 보호체계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법안은 말기환자 치료 지원만이 아니라 조기검진과 예방 중심 관리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공론화해야 한다”며 “조기 관리비용과 투석 치료비 차이가 큰 만큼 예방 중심 관리가 재정적으로도 이득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정선 위원장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말기 만성콩팥병 환자를 포함하고 복막투석과 혈액투석 등 치료 선택과정에 대한 설명 및 의사결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지원체계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김세중 대한신장학회 등록이사는 “대만 역시 20년에 걸쳐 국가관리체계를 구축한 만큼 우리도 복지부와 심평원, 학회, 환자단체가 함께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만성콩팥병 관리법 통과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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