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시민사회가 진행하던 코피노 아빠찾기 및 양육비 소송 지원 활동이 지난 1월 자금 문제로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최근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아버지를 찾기 위한 이른바 ‘코피노 아빠찾기 시즌2’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피노 문제 해결에 10년 넘게 참여해 온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구본창 대표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필리핀 현지의 중부 루손 지역 한인회가 필리핀 주정부와 협력해 코피노 아빠찾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10년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코피노(Kopino)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 한국인 남성이 필리핀 현지에서 자녀를 낳은 뒤 양육 책임을 회피하고 귀국하는 사례가 2000년대 초부터 알려지면서 코피노 문제는 사회적 논란이 돼 왔다.
코피노들은 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정확한 인구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코피노 규모를 수천 명에서 최대 수만 명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거나 국적 취득, 교육, 생계 지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 대표에 따르면 과거에는 코피노 문제를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해 한인사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아동의 생존권과 인권 문제로 인식이 바뀌면서 한인회와 지방정부가 협력에 나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희망협회 장윤제 회장과 박종돈 사무국장이 현지 조율을 맡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필리핀을 방문해 한국인 선교사, 한인회 관계자, 지방정부 관계자, 경찰, 현지 목회자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코피노 밀집 지역인 팜팡가주 앙헬레스·클라크 일대를 중심으로 지원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장 회장은 본보에 “선교사들과 중부 루손 한인회장, 시 관계자들이 협조에 있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며 “현지 목회자와 행정기관이 함께 참여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의 1차 목표는 한국인 아버지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다. 상당수 코피노 가정은 여권번호나 정확한 인적사항을 알지 못해 아버지를 찾지 못했는데, 필리핀 지방정부가 협조할 경우 과거 비자 신청 기록 등을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지방정부 협력은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현재 장 회장 측은 중부 루손 한인회와 함께 팜팡가주 및 앙헬레스시 측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장 회장은 “빠르면 열흘 안으로 박 사무국장이 현지에 들어가 관련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지방정부 협조가 어렵더라도 현지 목회자 네트워크를 통해 코피노 가정 발굴과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 확인 이후 양육비 문제 해결, 국적 취득 지원, 교육 지원 체계 구축까지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장 회장은 “코피노 역시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라며 “아버지를 확인하고 인정받은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필리핀 클라크 지역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인 강봉기 목사는 본보에 “현지에서 만나는 코피노 가정 상당수가 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그동안 현지 선교사들은 한국에 있는 가정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코피노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면서도 “실제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삶을 보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 목사는 이날 필리핀 현지 목회자들과 회동을 갖고 코피노 가정 발굴과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클라크와 앙헬레스, 마발라캇을 비롯해 팜팡가주, 딸락주, 마닐라, 안티폴로 등지의 목회자들이 참여하며 변호사 측과의 화상회의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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