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만의 AI 반도체 대중국 수출규제 입법 움직임이 단순한 법률 개정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 중국시보 등 현지 매체들은 전문가 소식통을 통해 이번 논의가 '과학기술 냉전'이라는 거시적 틀 안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전략적 구상, 대만 반도체 산업계의 실질적 이해관계, 그리고 기술 차단에 대한 베이징의 반발 강도가 서로 맞물리며 글로벌 반도체 지정학 구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는 명확하다.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군사력 우위 확보를 사전에 저지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만 법체계에서는 AI 칩의 대중 수출이 직접적인 형사 범죄로 규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은 이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첨단 서버와 칩이 제3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이른바 '회색 공급망'을 원천 봉쇄하고, 자국 안보와 직결된 공급망 정화를 실현하겠다는 의도다.
대만이 '관문 지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워싱턴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법제화가 완료된다면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가안보 수호 의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하는 효과가 있다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나아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한 핵심 기업들이 미국의 최첨단 장비 및 기술 접근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첨단 제조 공정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규제가 TSMC 같은 대기업보다 성숙 공정을 다루는 중소 팹리스 기업이나 유통업체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형사 처벌 회피를 위해 최종 수요처 확인에 추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또한 강화된 수출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와 탈미국화 움직임을 가속시킬 수 있으며,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제3국을 우회하는 음성적 공급망이 더욱 은밀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편 지난달 대만 검찰은 미국의 대중 수출 금지 품목인 엔비디아 AI 칩을 일본 경유로 중국에 불법 반출한 혐의자 3명을 구속하고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AI 기술의 군사적 전용 우려를 이유로 관련 칩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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