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의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수출 통제 논의는 '과학기술 냉전'의 일환이며, 실제 통제의 실행 여부는 대만과 미국의 전략적 동맹 심화를 가늠할 바로미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은 전문가 소식통을 인용, 대만 당국이 중국에 대해 AI 칩 판매를 제한하는 강력한 수출 통제 입법을 논의하는 것은 단순한 법령 수정이 아닌 과학기술 냉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대만 당국의 수출 통제 정책 결정은 미국의 전략적 계획, 대만 반도체 산업의 실질 이익, 기술 봉쇄에 따른 중국의 반발 강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들 3가지 원인의 상호 힘겨루기가 반도체의 지정학적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국의 전략적 핵심 목표는 중국이 첨단 AI 기술을 이용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대만 현행법상 직접적인 형사 범죄로 규정돼있지 않은 AI 칩의 중국 수출을 형사 범죄화하도록 압박함으로써 첨단 서버와 칩을 중국으로 밀반출하는 '회색 공급망'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미국의 안보 이익과 직결된 '공급망 클린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미국이 대만의 '관문 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 능력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만이 관련 법제화를 이뤄낸다면 지식재산권과 국가안보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 같은 핵심 반도체 기업이 미국 내 최첨단 장비와 기술에 대한 권한 위임을 계속 확보해 대만이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소식통은 AI칩 중국 수출 통제 조치는 TSMC 같은 대기업보다는 일부 성숙 공정과 중소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기업 및 유통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한 뒤, 대만 기업들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최종 고객의 신원을 파악하는 인력과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만의 강력한 수출 통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주화와 탈(脫)미국화를 재촉하는 동시에 중국이 동남아시아·중동 등 제3국을 이용하는 '회색 공급망'을 활용해 더욱 음지로 숨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만 검찰은 지난달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 품목인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일본을 거쳐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로 피의자 3명을 구금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2022년부터 AI 기술이 중국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AI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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