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삶에 대한 찬가이자 진혼곡…'호피무늬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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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삶에 대한 찬가이자 진혼곡…'호피무늬 모자'

연합뉴스 2026-06-11 16:23: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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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적 상상력과 만난 시적 언어…'소프트 사이언스'

호피무늬 모자 호피무늬 모자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호피무늬 모자 =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프랑스 작가 안 세르의 장편소설이 번역 출간됐다.

소설은 정신질환을 앓다 마흔세 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파니'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가는 파니와 어린 시절부터 깊은 우정을 나눈 중년 남성을 소설 속 화자로 내세워 파니와의 추억을 되짚는다.

정신질환을 앓는 파니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주변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화자는 그런 파니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조금이나마 닿아보고자 헌신적 노력을 기울인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삶에 대한 찬가이자 진혼곡으로, 삶과 죽음의 연약함을 양손으로 소중히 받들고 있는 작품"이라며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 빈자리를 존중하고 존엄하게 기억하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작가는 이 소설이 자살한 자신의 동생을 기리기 위해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그 자체로 애도인 책이다.

문학동네. 196쪽.

소프트 사이언스 소프트 사이언스

[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소프트 사이언스 = 프래니 최 지음. 정새벽 옮김.

"한때 영국의 한 과학자가 물었다.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 그는 기계를 만들어서, 유령을 읽는 법을 가르쳤다. 그렇게 전혀 새로운 종의 유령이 태어났다." ('사이보그의 간략한 역사' 중)

인종과 젠더, 기술이 교차하는 시 세계로 영미 시단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미국인 퀴어 시인인 프래니 최의 두 번째 시집. 시인은 이런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사이보그,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시적 언어로 탐색한다

시집은 총 6부(部)로 구성돼있으며, 각 부는 '튜링 테스트' 연작 시로 시작한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는지를 판별하는 실험인데, 시인은 이를 뒤집어 누가 인간성을 판단하는지, 여성이나 이민자, 유색인종은 충분히 인간적이라고 인정받는지를 묻는다.

이런 질문을 통해 인간·기계, 남성·여성, 정상·비정상 같은 이분법을 해체하고 고정된 정체성을 벗어나 새로운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시인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부디 언어 아래의 언어에 귀 기울여 보시기를, 당신 안에서 인간 아닌 것으로 존재한다는 게 어떤 건지 기억하고 있을 조각들을 느껴보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블. 156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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