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여파로 식품사들이 미수금 누적과 판로 상실이라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일부 제조사가 누적된 미수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납품을 중단하면서 대형 유통망 축소 여파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이후 상품 수급 차질 속에 대형마트 67개 점포 중심 운영 체제로 축소됐다. 지난달 영업을 중단했던 37개 점포도 폐점 방침으로 전환되면서 식품 납품사들의 대금 회수 불확실성과 판매 채널 감소 압박이 함께 커졌다.
식품 납품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미수금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은 선불 결제나 보증 조건 등을 통해 거래 위험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중소 업체는 제품을 먼저 납품한 뒤 대금을 받는 거래가 많아 결제 지연에 더 취약하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대금 회수 우려가 커져도 거래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주요 판매처를 잃으면 생산 물량과 운영자금 계획까지 흔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제조사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생산라인 운영비를 먼저 투입한 뒤 납품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여서 미수금이 쌓이면 다음 생산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납품사들은 거래 유지와 중단 사이에서 판단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미수금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공급을 이어가기 어렵다. 실제 일부 식품 제조사는 대금 지급 지연이 반복되면서 추가 납품을 중단하거나 공급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비슷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측도 상품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을 인정했다. 대금이 지급되면 일부 협력사의 상품 공급이 재개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자체브랜드(PB) 상품도 차질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 상품에 이어 홈플러스 전용 PB 상품 생산에도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홈플러스 PB 제품을 제조해 온 한 납품사는 기존 계약과 발주 일정에 따라 올해 1월 중순까지 정상 생산을 마쳤지만 이후 추가 발주가 중단되면서 현재는 납품도 멈춘 상태다.
PB 상품은 유통사 브랜드와 규격에 맞춰 생산되는 특성상 일반 상품보다 대체 판로를 찾기 어렵다. 발주가 끊기면 동일 제품을 다른 유통 채널에 판매하기 쉽지 않아 해당 기간 생산 물량과 매출이 함께 줄어든다. 홈플러스 전용 상품 비중이 높은 납품사일수록 발주 중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다.
홈플러스 채널 약화는 일반 상품을 공급하는 식품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장보기 과정에서 가공식품을 함께 구매하는 수요가 있는 만큼, 점포 축소와 거래 축소는 해당 채널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납품기업 A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거래처가 줄면 PB와 일반 상품 모두 해당 채널 판매량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며 “대금 회수 우려가 있어 납품 물량을 조정해야 하지만 공급을 완전히 끊으면 이후 거래 재개에도 부담이 생겨 판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 납품사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대금 회수 불확실성과 판로 축소를 동시에 겪는 상황에서 회생 지연은 납품사들의 운영자금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회생이 무산돼 청산 절차로 넘어갈 경우 피해 범위는 납품사에 그치지 않는다. 납품 대금과 미수금 회수 문제에 더해 매장 직원의 인건비, 점포 입점 소상공인의 인테리어 투자비와 영업손실 문제까지 함께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각이나 변제 과정에서 영세 납품사들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누적된 미수금 회수 부담도 더 커진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납품사는 거래를 끊는 순간 매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회생 절차를 지켜보는 것과 별개로 중소 공급업체와 매장 직원, 입점 소상공인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