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왕홍 메이크업 도전에 나선 배우 한가인. 사진캡처 | 유튜브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갸루와 왕홍.’ 인접 국가의 하위문화가 최근 국내 연예계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갸루’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유행한 과감하고 화려한 여고생 스타일을, ‘왕홍’은 중국 SNS 인플루언서들의 독특한 뷰티 스타일을 뜻한다.
최근 ‘중소돌의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는 걸그룹 리센느는 이러한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멤버 미나미는 ‘갸루 부캐’(부캐릭터)를 통해 독보적인 인기를 얻는 중이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과거 일본에서 실제 갸루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명 ‘순혈 갸루’라는 서사까지 더해져 화제성에 더욱 불이 붙은 모양새다. 화려한 스타일뿐만 아니라 특유의 새침한 말투와 태도까지 하나의 ‘밈(Meme)’으로 번지며 SNS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리센느 멤버 미나미(위), 갸루 분장에 나선 배우 이민정(아래). 사진캡처 | 유튜브
이렇듯 하나의 ‘놀이 문화’로 안착한 갸루와 왕홍 화장법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모두 화면 속 보정 효과를 현실로 꺼내온 ‘필터 메이크업’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말 일본을 휩쓴 갸루 문화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티커 사진’(프리쿠라) 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뽀얀 피부와 큼지막한 눈 등 기계가 만들어낸 보정 효과를 젊은 세대들이 실제 메이크업으로 구현해 내며 주체적인 서브컬처로 안착시킨 결과물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2020년대의 왕홍 스타일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왕홍 메이크업은 AI로 고도화된 영상 애플리케이션의 보정 효과를 현실의 얼굴 위에 물리적으로 얹어낸 형태다. 이목구비를 스크린 속 그래픽처럼 또렷하게 확장하고 속눈썹을 가닥가닥 강조하는 기법은 가상 세계의 필터를 그대로 재현해낸 것에 가깝다.
왕홍 분장에 도전한 한가인(위)과 박명수(아래). 사진캡처 | 유튜브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백하다. ‘롤플레잉과 부캐’로 대변되는 젠지(Gen-Z)의 멀티 페르소나(다중 정체성) 욕구가 맞물리면서 게임 속 캐릭터의 ‘스킨’을 갈아 끼우듯 얼굴을 바꾸며 ‘노는 문화’로 진화한 것이다. 가상 세계와 AI를 통해 판타지를 소비하는 것이 숨 쉬듯 당연한 Z세대에게, 화장이 일종의 유쾌한 ‘판타지 놀이 도구’로 소비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스마트폰 중심의 미디어 소비 환경 또한 이러한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단 2~3초 만에 시선을 붙들고 찰나의 즉각적인 도파민을 선사해야 하는 9:16 비율의 숏폼(짧은 영상) 플랫폼과 만나 파급력을 키웠다. 단숨이 눈길을 사로잡는 과감한 비주얼이 숏폼 챌린지와 결합하면서 SNS 전반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러한 ‘얼굴 바꾸기 놀이’는 연예인들에게도 신선한 돌파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기존의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반전 해방감을 선사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무엇보다 화장 전후의 극명한 비포앤애프터(Before&After) 차이가 확실한 예능적 재미 요소로 인식되면서, 스타들의 이색 분장 콘텐츠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