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최대 사찰이었던 황룡사의 9층 목탑 지하에 숨겨진 사리 봉안 공간의 실체가 50년 만에 밝혀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립경주박물관은 황룡사지 발굴 50주년을 기념해 12일부터 특별전 '황룡사, 부처의 사리를 모시다 - 황룡봉불(皇龍奉佛)'을 개최한다.
심초석에 마련된 사리공 내부가 금동판으로 정교하게 꾸며져 하나의 거대한 사리함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로 처음 규명됐다.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645년 목탑 창건 당시 금동판을 봉안했고, 227년 뒤인 872년 찰주본기가 새겨진 사리함이 추가됐다"며 "두 유물이 세트가 아닌 각기 다른 시기에 안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찰주본기 금동판 분석 과정에서 '김충', '연장' 등 4명의 장인 이름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름 앞에 '누(鏤)'자가 새겨져 있어 금속 조각 기술자로 추정된다. 기존에 알려진 인물까지 합치면 사리함 기록에 등장하는 이름은 총 61명에 달한다.
1964년 도굴로 심하게 훼손됐던 유물들은 5년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원래 구조와 배치가 파악됐다. 전시장에는 금동 귀걸이, 청동 가위, 유리구슬, 백자 항아리 등 1978년 심초석 하부에서 출토된 322점이 공개된다.
통일신라 시대 다른 사찰의 사리장엄구도 함께 조명된다.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에서 도굴됐다가 회수된 9세기 사리 항아리에는 민애왕(재위 838∼839)과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38행의 명문이 새겨져 있다. 납석 항아리와 금동 사리함을 나란히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천 해인사 일주문 인근 석탑의 탑지석과 높이 7.5㎝ 소형 탑 157점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윤상덕 관장은 "신라가 남긴 기록과 유물을 퍼즐처럼 맞춰가며 왕실이 꿈꿨던 불국토의 모습을 만나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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