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최근 중동 전쟁과 유가 급등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지만, 물가가 예상 범위 내에서 발표되면서 금융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4월(4.9%)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는 정확히 일치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5%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번 CPI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에너지 가격은 한 달 동안 3.9% 올랐다.
최근 12개월 누적 기준으로는 23.5%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최근 물가 상승이 수요 확대보다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보다 중요하게 보는 근원(Core) CPI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시장 전망에 부합했고, 전월 대비 상승률은 예상치(0.3%)를 밑돌았다.
특히 연준이 물가 판단 시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주거비(Shelter) 상승률이 전월 대비 0.3%를 기록하며 이전 달보다 상승 폭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자동차 보험료와 교통서비스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면서 근원 물가 안정 신호가 일부 확인됐다는 평가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근원물가를 끌어올렸던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자동차보험·교통서비스 가격도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CPI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락세를 보였고, 뉴욕증시 선물지수 역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는 전망이 확산된 바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중동 정세로 이동하고 있다.
오는 11일 발표될 미국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보여주는 선행 물가 지표다.
만약 PPI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할 경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물가와 금리, 국제유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CPI는 예상 범위 내 결과였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물가 재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며 "향후 PPI와 국제유가 흐름이 연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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