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AI 산업의 경쟁 축이 반도체 기술에서 신소재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데이터센터의 병목을 해결할 기술로 광(光)통신과 CPO(Co-Packaged Optics, 공동 광학 패키징)를 강조하면서다. 덩달아 광섬유, 광 모듈, 광 트랜시버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CPO 기술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는 광 트랜시버를 하나로 통합하는 차세대 포장(패키징) 기술이다.
AI 반도체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데이터 병목 현상들이 발생하면서 CPO 기술 도입이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광섬유만으로 AI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분석도 나온다. 광섬유가 데이터를 전달한다면, 전력 공급과 접지, 방열, 전자파 차폐, 신호 연결을 담당할 소재는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고분자
이 지점에서 국내 소재 기업 에콜그린텍이 재조명받고 있다. 에콜그린텍은 과거 SK네트웍스 계열사로 편입됐던 친환경 고분자 소재 기업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에콜그린텍은 2004년 생분해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2005년 에콜그린텍 법인 설립 이후 2009년까지 환경마크 획득, SK네트웍스 자회사 편입, PLA 사출원료 등 친환경 고분자 소재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후 부품소재 전문 기업 등록, 기업부설연구소 등록, 벤처기업 등록 등을 거치며 소재 기업으로 기반을 다졌다. 에콜그린텍이 최근 승부수로 내세우는 기술은 ‘폴리 시엔티(Poly CNT)’다. Poly CNT는 탄소나노튜브를 고분자 내부에 분산시켜 전기전도성, 열전도성, 내화학성, 내부식성, 전자파 차폐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무금속·무코팅 전도성 고분자 복합소재다.
에콜그린텍 측은 “이 소재는 기존 구리선을 대체하는 전선이 아니라 전력선, 신호선, 방열 부품, EMI·EMP 차폐재, RF 안테나, 로봇 관절부 배선, 수전해 셀 스택 전극 촉매까지 확장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에콜그린텍의 출발점은 친환경 플라스틱이었다. 회사는 생분해성 PLA 소재, PLA 필름, PLA 스트로, PLA 쇼핑백, PLA 부직포 등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Poly CNT 기술로 발전했다. 이후 절연·비절연 열전도성 소재, 무금속 전기전도성 복합소재, 플라스틱 전선, 차세대 발열체, CNT 셀 스택 개발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기술력을 알아본 SK네트웍스는 2007년 에콜그린텍을 계열사로 추가했고, 당시 에콜그린텍은 합성수지 및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소개됐다. 지난 2006년 SK네트웍스는 에콜그린텍과 공동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에콜그린텍 PLA’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과거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시작해 AI 인프라 소재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AI 인프라 뒤에 숨은 ‘소재 전쟁’
구리의 한계, CNT 넘을 수 있을까
회사의 기술 전환은 2017년 이후 본격화됐다. 에콜그린텍은 무금속 전기전도성 복합소재, 플라스틱 전선 등을 개발했다. 이후 플라스틱 자성체 CNT 복합 전극 촉매, 전기전도성 플라스틱 전극 촉매용 전선 커넥터, Al-CNT 고분자 복합소재 제조 방법 등을 담은 특허를 등록했다.
회사가 보유한 CNT 관련 특허는 크게 네 가지다. 고효율 전해수 순환이 가능한 물 전기분해용 전극촉매 셀 스택, 플라스틱 자성체 CNT 복합 전극촉매 및 전기분해장치, 전기전도성 플라스틱 전극촉매용 전선 커넥터 및 셀 스택, 알루미늄 산화 팽창을 이용한 저저항 Al-CNT 고분자 복합소재 및 물 전기분해용 전극 촉매 제조 방법이다.
셀 스택(Cell Stack)은 연료전지나 이차전지 등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거나 저장하는 기본 단위인 ‘셀(단전지)’을 여러 장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체 또는 조립체를 의미한다.
Poly CNT의 핵심은 구리와 기존 광섬유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점이다. 구리는 전도성이 뛰어나지만 무겁고, 부식에 취약하며, 가격 변동성이 크다. 고주파 영역에서는 손실과 표피 효과 문제도 있다. 반면 기존 광섬유는 장거리 고속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지만, 전력 전달은 불가능하다.
에콜그린텍은 Poly CNT를 구리와 광섬유 사이의 틈새를 겨냥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최대명 에콜그린텍 부회장은 “구리 대비 약 8배 가볍고, 무금속·무코팅 구조로 녹 발생이 없으며, 저저항 설계를 통해 전력선·신호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oly CNT는 광섬유의 단점을 보완한 광통신 시대의 완벽한 보완재”라고 강조한다. 광섬유와 CPO가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더라도 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전원 인입선, 접지, 방열판, 커넥터, 신호선, 차폐재 등 수많은 주변 소재는 부품이 필요하다.
구조체
조립체
그러나 Poly CNT는 구리·광·플라스틱 도파관과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이들 시스템 주변의 전원·접지·차폐·열관리·커넥터 소재로 진입할 수 있는 보완형 대체재다. 회사가 제시한 기술 정의도 명확하다. Poly CNT는 CNT를 표면에 단순 코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분자 내부에 CNT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기, 열, 전자파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복합소재다. 100% 방수되는 소재라 물 속에 던져놔도 작동한다.
이 때문에 회사는 “구리의 완전 대체”라는 단일 논리보다 경량, 내식, 유연, 방열, 차폐가 동시에 필요한 고부가 부품부터 시장에 진입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AI 서버 주변 부품, CPO 주변 전기·접지·차폐·열관리 부품, RF 안테나, 로봇 관절부 신호선, 방산용 EMI·EMP 차폐재, 수전해 셀 스택 등이 우선 적용 분야로 거론된다.
IT업계는 에콜그린텍 신소재에 관해 새롭게 해석했다. 신소재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에콜그린텍과 전도성 플라스틱 케이블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실제 샘플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Poly CNT는 도파관 특성과 연결해 볼 수 있는 소재”라며 “도파관은 빛을 전달하는 통로인데, 해당 소재는 송수신과 신호 전달 측면에서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전력으로 인한 발열, 신호, 전자파는 병목 현상을 낳고 있다. GPU와 서버의 전력 밀도가 높아질수록 방열과 차폐 문제가 커지고, CPO 같은 광통신 구조가 도입될수록 그 주변의 전기·접지·열관리 부품도 중요해진다.
에콜그린텍은 AI 데이터센터 케이블 시장, 로봇 관절부 배선, 방산·RF·위성, CPO·고집적 장비를 Poly CNT의 핵심 시장으로 제시한다.
최 부회장은 “구리는 전도성은 높지만 무겁고, 부식·시세 변동·고주파 손실·관절부 피로단선이 문제라고 기재돼 있다”며 “광섬유와 CPO는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지만 전기 전달, 방열, EMI 차폐, 사출형 구조 부품 수요는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로봇 손가락
관절에 탁월
회사 측은 Poly CNT가 전기 전달과 신호 전달뿐 아니라 방열, EMI·EMP 차폐, 하우징 사출, 고분자 기판, 커넥터 부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NT가 가진 높은 비표면적과 전자파 흡수 특성은 RF 안테나, 레이더 교란 소재, 전자파 차폐용 허니컴, 국방·무기체계 부품, 드론·무인차·라이다 센서 부품으로 응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성능 측면에서도 여러 수치를 제시했다. Poly CNT는 구리 대비 약 1/8 수준의 경량화를 목표로 하며, 신호 전달 가능 범위인 10~100Ω 대비 0.5Ω 전후 저저항 구현이 가능하다는 시험 결과를 얻었다. 또 CNT 내부 중공 구조와 복합소재 설계를 통해 방열·열확산 기능을 확보하고, 인젝션 사출·압출 적용을 통해 부품 일체화와 양산 단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콜그린텍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시장은 로봇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손가락, 손목, 팔꿈치, 발목 등 반복 굴곡과 회전이 발생하는 부위가 많다. 기존 구리 배선은 전도성은 높지만, 반복 피로에 따른 단선, 무게, 유연성, 수분으로 인한 부식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Poly CNT가 로봇의 전원선과 신호선, 센서 네트워크, 손가락 신경계 신호 전달부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 부회장은 “로봇 손가락과 관절부는 굽힘, 마모, 회전이 반복되므로 기존 금속 배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모 로봇 기업과 함께 전도성 플라스틱형 케이블에 Poly CNT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콜그린텍이 내세우는 사업 모델은 단일 제품이 아닌 확장성을 강조한다. 회사는 “사출·압출·하이브리드 성형이 가능해, 케이블에서 군용 레이더 소재로 제품군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한다.
Poly CNT 분산 기술도 핵심이다. CNT는 비표면적이 크고 겉보기 밀도가 낮아 고함량 컴파운딩 시 분산성 저하와 내구성 약화가 발생하기 쉽다. 에콜그린텍은 유기금속 반응 고분자, 계면보강, 크로스링크, 고분산 펠릿화를 통해 CNT 네트워크를 균일하게 형성하고 저저항과 내구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쌓인 데이터 병목 현상들 발생
CPO 기술 도입 해결책으로 꼽혀
에콜그린텍의 Poly CNT 설명 자료에는 전자파 차폐와 방열 특성도 포함돼있다. Poly CNT 플라스틱 와이어는 1.5㎓조건에서 ASTM D4935 테스트 기준 50~70dB의 전자파 차폐 결과를 제시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1.5㎓ 인가 시 65~70dB 수준의 차폐 성능을 기재했다.
방열 측면에서도 회사는 기존 금속 촉매전극과 Poly CNT 촉매전극을 비교했다. 자체 시험 결과에 따르면 금속 촉매전극은 비중 8~12, 방열지수 2 수준으로 표시된 반면, Poly CNT 촉매전극은 비중 1.0~1.1, 방열지수 9로 제시됐다. Poly CNT는 열용량이 적어 금속 촉매전극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Poly CNT가 발열사, 면상발열체, 플라스틱 전선, 전자파 차폐재 등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용 사례로는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 안테나, 광케이블, 피뢰침, 발열·온열 장치, 감시카메라, 로봇 와이어 등이 제시됐다.
에콜그린텍과 같은 소재 기업의 성패는 결국 검증과 양산에서 갈린다. AI 데이터센터, 로봇, 방산 등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성능 수치가 내부 자료로 제시됐더라도 고객사 납품을 위해서는 반복 굴곡 테스트, 고온·저온 신뢰성, 염수분무 시험, 내화학성, 난연성, 전자파 차폐 인증, RoHS·REACH 대응, UL 인증, RF 손실 측정, 장기 내구성 데이터가 필요하다.
결국 관건은 제품화로 전환하는 속도다. 에콜그린텍이 보유한 Poly CNT 원천 소재가 케이블, 방열 부품, RF 안테나, 로봇 신호선, 수전해 셀 스택으로 이어지려면 양산 설비, 인증, 고객사 PoC 등이 맞물려야 한다.
젠슨 황이 광통신 시대를 열자, 에콜그린텍은 CNT 전도성 고분자 소재를 들고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과거 SK네트웍스가 품었던 친환경 소재기업이 AI 데이터센터, 로봇, 방산, 수소경제를 잇는 첨단소재 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CPO 시장 규모는 2023년 2억달러(약 2900억원)에서 30년 9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를 시작으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도 자체 AI GPU에 CPO를 적용할 예정이다.
TSMC가 2029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배경에도 초미세 공정과 CPO 기술이 주축을 이룬다. TSMC는 현재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에 CPO 샘플을 제공한 상태다.
시장 규모
2억 달러
또 지난해 4월 COUPE(Compact Universal Photonic Engine)라 불리는 CPO 플랫폼을 공개하고, 지난해 9월 대만 내 30개 반도체 기업과 함께 실리콘 포토닉스 산업 협회를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CPO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10년 넘게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개발해 온 인텔 역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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