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일본 고치현 고난시에 모습을 드러낸 한일우호 기념 석비가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철거 위기에 놓였다.
해당 석비가 자리한 구로시오 호텔은 1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12일까지 석비를 완전 철거하겠다고 공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호텔 측은 "일한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라는 설명만 듣고 부지를 빌려줬을 뿐, 비문의 구체적 내용은 제막 당일에야 처음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대한 사전 검토가 미흡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석비에는 특정 인물 이름 대신 '한일우호 동양평화'라는 문구만 새겨졌다. 그러나 이 표현이 안중근 의사의 핵심 사상을 상징한다는 점이 알려지자 일본 내 보수 여론이 들끓었다. 산케이신문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테러리스트라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뿌리 깊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격렬한 항의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석비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고치현 일한친선협회 명예회장이자 고치일한근대사연구회 회장인 니시모리 시오조 전 현의회 의장이다. 그는 호텔 측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할 조형물을 세우고 싶다"며 부지 사용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안 의사와 고치현 사이에는 역사적 접점이 존재한다. 1910년 뤼순감옥에서 재판을 받던 시절, 고치현 출신 법조인들과 관헌들이 그의 인품과 굳은 신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 6일 열린 제막 행사에는 안중근의사숭모회 김황식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 측 인사 3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숭모회는 당시 "미래 세대에게 한일 화해와 협력의 가치를 전하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호텔로 항의 전화와 메시지가 빗발치면서 정상 영업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부지 제공자가 철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숭모회 측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건립 주관자가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 석비를 다시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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