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의 포인트] 최태원의 선택이 빚은 'SK-젠슨 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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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의 포인트] 최태원의 선택이 빚은 'SK-젠슨 황의 시간'

포인트경제 2026-06-11 14:34: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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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CEO 방한으로 확인한 SK그룹의 AI 경쟁력
리밸런싱으로 설계된 미래를 실행력으로 완성해야

컴퓨텍스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은 최태원 회장(왼쪽)과 젠슨 황 CEO(오른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컴퓨텍스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은 최태원 회장(왼쪽)과 젠슨 황 CEO(오른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포인트경제] "더 많이 (HBM을) 만들어줘."(Please Make More ♡)

지난 3일 대만 컴퓨텍스 2026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SK하이닉스의 HBM4E 웨이퍼에 남긴 문구다. AI 시대 핵심 자원을 둘러싼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불과 며칠 뒤 이어진 젠슨 황 CEO의 한국 방문은, SK그룹을 향한 메시지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젠슨 황 CEO의 6월 방한은 그 자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정의 상당 부분이 SK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한 데 이어,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AI 메모리 공동개발을, SK텔레콤과는 AI 클라우드 및 AI 팩토리 구축을 공식화했다.

이번 방한의 의미를 단순한 'HBM 호재'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구조조정)을 기반으로 추진해온 AI 중심 전략이 글로벌 시장의 시험대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리밸런싱 3년…최태원표 선택과 집중

최 회장은 2023년 그룹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이른바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체질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시장의 평가는 엇갈렸다. 위기 대응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보는 시각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했다.

분명한 것은 이후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이 AI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HBM을 앞세운 AI 메모리 기업으로 변모했고,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와 AI 클라우드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개별 계열사의 변화가 그룹 차원의 전략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SK의 경쟁력이 에너지와 통신, 반도체라는 독립적인 사업군에 있었다면, 이제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서비스가 연결되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추진해온 리밸런싱이 개별 계열사의 사업 재편을 넘어 그룹 내 역량을 AI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SK텔레콤 안팎에서도 이번 협력을 단순히 SK하이닉스만의 성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망 중심 사업에 기반했던 SK텔레콤의 역할이 AI 인프라 사업자로 확대되고 있다"며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AI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SK텔레콤이 시너지를 내는 구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치킨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및 양사 경영진이 저녁식사를 하며 환담을 나눴다. (왼쪽부터)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 니코 카프레즈 엔비디아 부사장, 정석근 SKT AI CIC장, 곽노정 SK 하이닉스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재헌 SKT CEO, 김주선 SK 하이닉스 AI Infra 사장,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 [사진=SKT] (포인트경제) 지난 7일 저녁,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치킨집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및 양사 경영진이 저녁식사를 하며 환담을 나눴다. (왼쪽부터)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 니코 카프레즈 엔비디아 부사장, 정석근 SKT AI CIC장, 곽노정 SK 하이닉스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재헌 SKT CEO, 김주선 SK 하이닉스 AI Infra 사장,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 부사장. [사진=SKT] (포인트경제)

△SK하이닉스·SK텔레콤, AI 생태계 양축으로

이번 방한에서 가장 직접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베라 루빈(Vera Rubin) 기반 차세대 AI 플랫폼용 메모리 공동개발을 포함한 장기 기술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협력 범위는 CPU와 로봇 플랫폼, AI PC 영역까지 확대됐으며, 반도체 제조 공정의 디지털 트윈 구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공급 계약을 넘어 고객의 제품 로드맵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조사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55~58%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SK텔레콤과 엔비디아는 DSX 기반 풀스택 AI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2027년 국내 첫 AI 팩토리 가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공식 클라우드 파트너(NCP) 프로그램에 참여해 소버린 AI와 산업용 AI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실적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사업 매출은 2025년 519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증가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AI 인프라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협력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SK브로드밴드의 IDC, SK C&C의 AX 사업, SK E&S의 에너지 역량까지 연결되며 최 회장이 추진해온 리밸런싱이 그룹 차원의 AI 생태계 구축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과제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의존도 확대라는 부담을 안을 수 있고, SK텔레콤은 대규모 투자 비용과 전력 조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AI 인프라 경쟁은 GPU 확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력 수급과 냉각 설비, 자금 조달 능력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이 요구된다.

최 회장이 추진해온 리밸런싱 전략은 이제 방향성을 입증하는 단계를 넘어섰다. AI 메모리와 AI 인프라라는 두 축의 설계가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는 이를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완성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경영진은 11일부터 13일까지 '2026 뉴 이천포럼'을 연다. 올해 처음으로 경영전략회의와 통합된 이번 행사에는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참여해 AI 전환(AX)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경영진의 전략과 구성원의 실행 방안을 연결해 AI 시대의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리밸런싱이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조직 전반의 실행력 강화 단계로 접어들어,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리밸런싱의 진정한 성패는 향후 '선택'이 아니라 '실행'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그려온 AI 중심의 SK그룹 청사진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이제 시장은 그 실행력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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