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마침내 ‘손’을 흉내 내다… 리얼월드, ‘노동의 라스트 마일’ 자동화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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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마침내 ‘손’을 흉내 내다… 리얼월드, ‘노동의 라스트 마일’ 자동화 본격화

이데일리 2026-06-11 14:33: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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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 자동화율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공정은 적지 않다. 플렉서블 케이블을 조립하거나 작은 부품을 정밀하게 끼우고, 차체 내부와 같은 협소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공정이 대표적이다. 단순 반복 작업은 상당 부분 로봇이 대체했지만, 사람처럼 물체를 잡고 힘을 조절하며 접촉 상태를 판단해야 하는 이른바 ‘마지막 손작업(last-mile manipulation)’ 영역은 자동화의 난제로 남아 있다.

국내 피지컬 AI 기업 리얼월드(RLWRLD)는 이러한 산업 현장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리얼월드는 10일 서울에서 ‘덱스터리티 나이트 인 서울(Dexterity Night in Seoul)’ 행사를 열고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의 기술 성과와 산업 적용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도쿄,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진행된 글로벌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다.

덱스터리티 나이트 인 서울에서 시연 중인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 (사진=리얼월드)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이날 “전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가 많이 된 한국 공장도 자동화율은 75% 수준이고, 나머지 25%는 아직 사람이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이처럼 남아 있는 작업을 “노동의 라스트 마일”로 규정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해결하지 못한 정밀 손작업을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동화하겠다는 구상이다.

RLDX-1은 5지 로봇 손 조작에 특화한 ‘덱스터리티 퍼스트(Dexterity-First)’ 모델이다. 시각·언어뿐 아니라 힘(토크), 촉각, 작업 기억까지 함께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물체를 집고, 끼우고, 따르고, 접촉 상태를 조절하는 산업 작업은 화면에 보이는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성능 지표도 전면에 내세웠다. RLDX-1은 글로벌 공개 벤치마크 8종에서 엔비디아 ‘GR00T’, 피지컬인텔리전스 ‘π0’ 등 기존 공개 RFM 대비 우위를 보였다. 장기·접촉 중심 조작 과제인 ‘로보카사 키친’에서는 70.6점, 휴머노이드 전용 평가인 ‘GR-1 테이블톱’에서는 58.7점, ‘리베로-플러스’에서는 86.7%를 기록했다. 위로보틱스 휴머노이드 ‘알렉스’ 기반 실제 로봇 환경의 커피 따르기 과제에서는 70.8% 성공률을 냈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가 10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덱스터리티 나이트 인 서울(Dexterity Night in Seoul)’에서 회사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산업 현장 데이터도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리얼월드는 SK텔레콤, LG전자, CJ대한통운, 롯데, KDDI, ANA 등 한·일 주요 기업과 투자·실증 협력을 진행 중이다.

대표 사례는 롯데호텔이다. 리얼월드는 롯데호텔 객실에서 전문 호텔리어가 수행하는 작업을 캡처하고, 손 동작을 스켈레톤 데이터로 추출해 로봇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다. 호텔 업무를 5500개 이상 작업으로 분해해 각 작업의 비용과 난이도, 휴머노이드 도입 가능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KDDI, 로손과 함께 편의점 결품 감지와 상품 진열·보충 자동화를 겨냥한 ‘리테일 RX’ 실증도 추진했다.

파트너십은 세 축으로 짜였다. 이강욱 리얼월드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엔비디아·AWS 등 플랫폼 파트너, 호텔·물류·리테일 등 산업 파트너, 하드웨어·센서 기업 등 기술 파트너와 협력해 피지컬 AI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는 로봇 손 조작 성능을 평가하는 덱스터리티 벤치마크 ‘덱스벤치’와 데이터 표준을, AWS와는 데이터 수집·정제·합성데이터 증강·학습·배포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신진우 리얼월드 어드바이저(Chief Scientific Advisor)가 10일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덱스터리티 나이트 인 서울(Dexterity Night in Seoul)’에서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RLDX-1’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현장에서는 RLDX-1을 탑재한 로봇 조작 데모도 진행됐다. 위로보틱스 알렉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RB-Y1 등이 등장해 5지 로봇 손으로 물체를 파지하고, 복잡한 형상의 마우스를 집고, 상자 뚜껑을 여는 작업을 시연했다.

관건은 연구실 성능을 실제 현장 배포로 연결하는 일이다. 손 조작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고, 어떤 수준의 덱스터리티가 산업화에 필요한지에 대한 평가 표준도 정립 단계다. 조명, 물체 배치, 작업자 동선이 계속 달라지는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제조와 물류, 호텔, 리테일 현장에 남아 있는 노동의 라스트 마일을 누가 먼저 자동화하느냐가 국산 RFM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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