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틀째 무력 공방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군 아파치 헬기 추락으로 시작된 미군의 보복은 점점 타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날 49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 근교 등의 목표물을 타격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내일 밤 폭격해 박살 낼 것"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 18곳을 향해 공격을 감행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했다.
이처럼 양측간 무력공방이 격화되고 있으나 물밑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최대 쟁점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합의의 윤곽이 잡혔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미-이란, 호르무즈 해협서 이틀째 무력 충돌
이란 식수시설 파괴…"50도 폭염에 2만명 단수"
미국과 이란이 현지시간 11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틀째 무력 공방을 이어가며 충돌 수위를 높였다. 지난 4월 휴전 이후 사실상 최대 규모의 교전으로, 중동 전역에 긴장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아파치 헬기 추락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바 있으며, 이날 미군은 이란 내 여러 목표물을 향해 추가 공습을 감행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의 지속적 도발에 대한 자위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격 대상이 된 구체적인 시설이나 지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란의 '핵심 시설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언론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케슘섬과 키시섬, 남부 도시인 반다르아바스, 미나브, 시릭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추가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 이란을 더욱 강하게 다시 타격할 것"이라며 추가 공세 의지를 밝힌 지 약 5시간 만에 단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군 전투기가 이란 상공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49기를 발사했다"며 "이날 대이란 폭격은 곧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란이 미국 협상팀이 제시한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내일 밤 그들을 폭격해 박살 낼 것"이라고 답했다 전했다.
한편 이번 공격으로 이란 남부에서 식수 저장고가 파괴돼 45∼50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 2만명의 식수 공급이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관영매체 프레스TV는 10일 당국 발표를 인용해 이날 미군 공습으로 호르모즈간주(州) 시리크의 쿠헤스탁과 베마니 지역 주변 10개 마을에 대한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들은 파괴된 식수 저장고 2곳이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으며 용량은 각각 2천㎥, 500㎥였다고 전하면서 현장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식수 공급에 영향을 받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2만명이다.
이란, 바레인 등 미군기지 18곳 공습…"가혹한 대응 직면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서자 이란은 중동 내 미국 자산을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군은 오늘 저녁 최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이 어떤 공격적 행동을 취하더라도 다시 한번 가혹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 이라크 등 중동 내 미군 기지 18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바레인 미 해군 제5함대와 이라크 북부 하리르 공군기지 레이더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란은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고 유조선과 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발포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매체들은 이날 통항 금지 조치를 위반한 선박 두 척에 실제 발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내가 이란 당국자와 직접 대화" 헤그세스 "종전 합의 압박용"
NYT "美·이란 핵협상 쟁점 압축…15년 농축중단·이란 내 희석 예상"
연일 이어지고 있는 양측간의 교전으로 인해 휴전은 또 한번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습 중단을 요청하는 이란 당국자들과 자신이 직접 대화했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미국의 추가 공습이 이란에 종전 합의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 탬파의 맥딜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폭탄으로 협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그 일에 뛰어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최대 쟁점인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흐릿하지만 합의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핵 협상의 핵심 쟁점은 △장기간 우라늄 농축 중단 △농축 우라늄 희석 △핵시설 해체 △불시 핵 사찰 권한 등 네 가지인데 미국은 최소 20년간 농축 중단을 요구했고, 이란은 10년을 제안했으나 15년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이란 내 비축 우라늄을 희석할 방침이다.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440kg과 20% 농축 우라늄 11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주권을 이유로 반출에 반대해왔지만, 국내 희석 방식이라면 핵연료 보유를 주장할 수 있어 수용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는 최근 테네시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방문해 우라늄 제거·희석 장비를 검토했는데, 이는 최종 합의 대비 차원으로 풀이된다.
핵시설 해체 문제에서는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은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주요 시설 해체를 요구하지만, 이란은 최소 한 곳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JCPOA 당시에도 시설을 동결했으나 결국 포르도에서 고농축 우라늄이 생산된 전례가 있어 우려가 크다.
또 미국은 국제 사찰단이 이란 내 의심 시설을 불시에 점검할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상당수 시설이 혁명수비대(IRGC) 군기지 내에 있어 과거에도 사찰이 거부된 사례가 많았다.
NYT는 이란이 미국의 4가지 조건을 모두 수용한다면 JCPOA보다 훨씬 진전된 합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협상의 관건은 250억 달러 규모의 이란 동결자산 해제 시점이다. 이란은 선(先) 해제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단계별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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