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형사재판이 검찰의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무효 처리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김대규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의 공소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 자격 미등록 상태에서 법률업무를 수행한 혐의가 적용됐으나, 수사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권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고문직을 맡았다.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이 회사로부터 총 1억5천만원의 보수를 수령하며 법률문서 작성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위가 2024년 8월 기소로 이어졌다.
재판부의 판단 핵심은 수사권 배분 원칙 위반이었다.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도로 진행 중인 적법한 수사와의 직접적 연관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사건의 시작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0년 9월경 접수된 고발장 내용에 불과했음에도 서울중앙지검이 피의자 조사에 착수하는 등 독자적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후 2022년 1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이 이관됐다가 이듬해 9월 검찰이 재차 인수했는데, 이 과정 역시 위법성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에게 부여된 송치 또는 불송치 결정 권한이 행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이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는 점을 재판부는 문제 삼았다.
김 부장판사는 "최초의 위법한 수사 개시 이후 경찰 단계에서도 본질적인 치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형식적 조사 몇 건만 진행됐을 뿐 적법한 새로운 수사 착수로 볼 수 없어 위법 상태가 지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고 직후 권 전 대법관은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법 원칙을 있는 그대로 적용한 재판부의 결단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정치적 의도로 법리를 굽히고 허위 증거까지 만들어내는 관행이 더 이상 묵인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5년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압수수색과 휴대전화 디지털 분석, 가족에 대한 통신기록 조회까지 이뤄진 상황을 거론하며 법치국가에서 한 개인의 인권이 이처럼 침해될 수 있느냐고 강한 어조로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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