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여제' 넘어선 스롱 피아비 “내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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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여제' 넘어선 스롱 피아비 “내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데일리 2026-06-11 10:16: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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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내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5·우리금융캐피탈)는 우승 직후 이렇게 말했다. 상대는 ‘당구 여제’ 김가영(43·하나카드)이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스롱 피아비. 사진=PBA


항상 스롱은 항상 김가영과 비교가 됐다. LPBA 출범 초기에는 우승 횟수나 상금에서 김가영을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김가영이 연속 우승을 이루던 시기에 스롱은 큰 슬럼프에 빠졌다. 둘의 위치는 완전히 역전됐다. 그래서 이번 결승은 스롱에게 단순한 우승 도전이 아니었다. 자신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경기였다.

스롱은 1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2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에서 김가영을 세트스코어 4-2(11-5 11-8 6-11 3-11 11-8 11-10)로 꺾었다. 지난 시즌 3차 투어 우승 이후 10개월 만의 정상 복귀였다.

우승 뒤 스롱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기쁘고 행복하다. 많은 팬께서 기뻐하셔서 더욱 기분이 좋다”면서 “경기 전 많은 분들이 김가영 선수를 꼭 이겨달라고 연락을 많이 했다. 그분들이 더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을 앞둔 마음가짐은 분명했다. 스롱은 “그동안 김가영 선수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오늘은 내 것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면서 “내가 누군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했다. 겁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았다. 스롱은 1, 2세트를 먼저 가져가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김가영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3, 4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김가영 특유의 압박감이 다시 코트를 덮었다. 다른 선수 같으면 그대로 무너졌을 터. 스롱도 흔들렸다. 그 상황에 대해 묻자 “무서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끝내 무너지지는 않았다.

스롱은 “모든 선수들이 김가영 선수를 상대하다가 주저앉고 질 때가 많다”며 “그래도 어떻게든 마음을 먹고 극복하려 했다”고 했다. 이어 “당구는 멘털 싸움이다”며 “그냥 내가 연습한 대로 치다 보니 점수가 나기 시작했고 하이런도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고비는 6세트였다. 10-10. 김가영이 키스를 내며 스롱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스롱은 “이 세트를 지면 우승을 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발 마지막에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그는 “운이 좋게 공도 잘 나왔다”면서 “수구가 조금만 기울었어도 키스가 나올 수 있는 배치였는데, 알맞은 포지션이 나왔다”고 인정했다.

이날 우승으로 스롱은 LPBA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2020~21시즌 LPBA에 데뷔한 뒤 49번째 투어 만에 거둔 10번째 우승이다. 김가영(19승)에 이어 LPBA 두 번째 ‘10승 선수’가 됐다. 우승 상금 4000만원을 더해 누적 상금도 4억2342만원으로 늘었다. 김가영에 이어 LPBA 두 번째 누적 상금 4억원 돌파다.

스롱은 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웃었다. “4억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곧 표정은 진지해졌다. 그는 “상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우승”이라며 “우승해서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스롱의 우승에는 특별한 응원도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응원하러 온 팬들을 ‘양부모님’이라고 불렀다.

스롱은 “이전 팀리그 때부터 계속 응원을 오셨다. 말씀해주시는 것들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원래는 혼자 다니다 보니 팬들과 그리 가깝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만나고 대화하다 보니 괜찮게 느껴졌다”며 “가끔 전화도 하고 안부도 물으면서 양부모님으로 모시게 됐다”고 했다.

스롱은 시상식 전에는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유는 캄보디아에 있는 친부모님이었다. 그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컸다. 아직 집을 다 짓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스롱안 “15일에 캄보디아에 2~3일 정도 다녀올 계획이다. 사실 부모님을 한국에 모시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트로피를 들고 캄보디아에서 부모님을 뵙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것”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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