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21일(현지시간) 빌 게이츠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의 과거 접촉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게이츠는 모두발언에서 "엡스틴의 지속적인 범죄 활동을 직접 목격하거나 인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엡스틴 소유의 사유 섬과 목장, 플로리다 저택 방문 사실도 게이츠는 전면 부인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도 그가 강조한 내용이다. 엡스틴이 개인적 친분을 쌓으려 시도했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접근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게이츠는 선을 그었다.
결혼 기간 중 발생한 자신의 외도 사실을 엡스틴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나왔다. 다만 이러한 불륜은 엡스틴과의 교류와 무관하게 별개로 발생한 일이며,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게이츠는 시인했다.
2011년 처음 엡스틴을 소개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게이츠는 증언했다. 글로벌 보건 분야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부금을 유치해주겠다는 엡스틴의 제안이 계기였다. 과거 법적 문제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았을 뿐, 범죄의 심각성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채 충분한 검토 없이 만남에 응한 것이 실수였다고 게이츠는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엡스틴과의 접촉은 제한적 수준에 그쳤으며 2014년 12월 완전히 끊어졌다고 게이츠는 증언했다. 그러나 관계 단절 이후에도 외도 사실을 빌미로 교류 재개를 압박하는 시도가 엡스틴 측에서 있었다고 게이츠는 주장했다. "그의 협박은 실패했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를 이용하려 했던 의도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게이츠는 규정했다.
수십 년간 구축해온 자선사업가로서의 명성이 이번 논란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음을 게이츠는 인정했다. 생명을 구하는 파트너십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신뢰인데, 엡스틴을 만난 것은 중대한 판단 착오였다고 그는 자평했다. 모든 인류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철학과 엡스틴의 행태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는 점도 게이츠는 덧붙였다.
법무부가 엡스틴 관련 문서를 공개하면서 게이츠와의 다수 면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하원 감독위는 지난 3월 게이츠에게 의회 출석 및 녹취 인터뷰를 공식 요청했고, 게이츠가 이에 응한 것이다. 재단 직원들과의 면담에서 게이츠는 러시아 여성 두 명과 외도 관계가 있었으며 엡스틴이 이 사실을 추후 알게 됐다고 이미 시인한 바 있다. 당시에도 불법 행위 가담이나 목격 사실은 없다고 게이츠는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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