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모세포종은 성인 원발성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전체 원발성 중추신경계 악성 종양의 약 65%를 차지하는 난치성 암이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약 1,000명이 새롭게 진단되고 있으며, 표준 치료를 받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약 15개월에 불과하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서도 10년 생존율이 5.3%에 그칠 만큼 예후가 극히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교모세포종 치료의 핵심 약물인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는 경구 투여약제로, 투약 후 치료 효율이 낮고 면역억제 등 전신 부작용도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 약물 침투를 가로막는 문제로, 연구팀은 이 같은 약물 전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두 가지 아이디어의 결합이었다. 뇌와 직접 연결된 후각신경이 코에서 뇌 실질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통로가 된다는 점, 그리고 자성을 띤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으로 이동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테모졸로마이드(TMZ)를 약 56nm 크기의 초상자성 산화철 나노입자(SPION, Superparamagnetic Iron Oxide Nanoparticle)에 결합한 복합체(TMZ-SPION)로 합성해 코를 통해 투여한 뒤, 경두개자기자극(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을 활용해 뇌종양 부위까지 유도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세포 실험에서 TMZ-SPION 복합체는 기존 약물과 동등한 종양 세포 사멸 효과를 보였으며,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나노입자가 종양세포 핵 내부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는 교모세포종 모델 마우스에 해당 복합체를 투여해 90일간 생존을 추적한 결과, 중앙 생존기간은 각각 27일 (대조군), 51일 (복합체 단독 투여군), 72일 (복합체 투여 후 경두개자기자극 적용군)의 결과를 보였다. 이는 아무런 치료를 진행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복합체 투여 후 경두개자기자극 적용군의 경우 약 2.7배, 단독 투여군도 약 1.9배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이는 결과였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투여 용량이다. 병용군에 사용된 약물 용량은 기존 경구 표준 투여량의 약 5.6% (1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생존 연장 효과가 확인됐으며, 뇌 조직 속 약물 농도를 극미량까지 정밀 측정하는 분석 기술인 LC-MS/MS(액체 크로마토그래피-탠덤 질량분석법) 검사에서도 해당 투여방식 적용군의 뇌 실질 내 약물 농도가 미적용군보다 유의하게 높아, 경두개자기자극이 약물의 뇌 내 전달과 잔류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렸음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다.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이자 대한나노의학회 회장으로도 활동중인 양승호 교수는 “비침습적인 코를 통한 투여 경로와 경두개자기자극을 결합한 이 방식은 혈액-뇌 장벽을 효과적으로 우회하면서도 전신 면역억제 등 기존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교모세포종을 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연구는 약물 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Drug Delivery and Translational Research)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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