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늘어나는 K디지털치료제…비급여·심사 적체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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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늘어나는 K디지털치료제…비급여·심사 적체는 ‘여전’

이데일리 2026-06-11 08:5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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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국내 디지털 치료제(DTx)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 사례가 잇따르며 산업 기반이 갖춰지고 있어서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 활용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 급여 체계를 적용받지 못해 대부분 제품이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치료제 허가 신청 건수가 급증하면서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업계 부담으로 꼽힌다.

(이미지=챗GPT, 출처=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선진국 사례 집약…韓, 세계 첫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11일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총 15개다.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 허가는 2023년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제 솜즈가 받았다. 이후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며 지난해에만 10개 제품이 새로 허가를 받았다. 올해에는 2월 마인즈에이아이의 치유포레스트가 3등급 디지털 의료기기 제조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제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 치료기기다. 의약품처럼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기반 의료기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이 활용되고 있다. 기존 1세대 합성의약품과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도 불린다.

정부 역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시행하며 디지털 의료기기를 독립 분류 체계로 분류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료기기 규제 체계, 유럽은 유럽 의료기기 규정(CE MDR) 체계 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관리하는 것과 차별화된다. 이에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심사 기준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도 상당히 정교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디지털 치료제업체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오래전에 규제 체계를 구축해온 만큼 참고할 만한 선례”라며 “국내 식약처의 허가·심사 기준은 이 같은 사례들의 장점을 상당 부분 반영해 만든 만큼 규격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디지털치료제의 임상시험 설계 가이드라인은 선진국 수준 이상이다. 식약처의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 설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시험은 전향적 임상시험을 원칙으로 하며 무작위배정 방식(단순·층화·블록) 등 세부적인 임상 설계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 FDA의 미국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가이드라인이 임상 평가를 △임상적 타당성(질환과의 의학적 연관성) △분석·기술적 검증(알고리즘 정확성 및 안정성) △임상적 검증(실제 치료 효과) 등 원칙적으로 구성한 것보다 훨씬 더 세밀화한 접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급여 ‘벽’에 막힌 디지털 치료제…“허가만으론 시장 안 커져”

문제는 그 이후다. 현재 국내 디지털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체계에 편입되지 못했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비급여 형태로 사용된다. 사실상 환자가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는 일정 기간 반복 사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비급여 체계가 더 큰 장벽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불면증·우울증·인지치료 등 정신건강 영역은 지속 사용이 중요한데 비급여 구조에서는 환자 부담이 커 실제 처방 확산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보험 체계 편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대표적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 급여 제도인 ‘디가’(DiGA)를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DiGA 목록에 등재된 디지털 치료제는 의사 처방을 통해 법정 건강보험(GKV)으로 환자가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다.

이에 독일 GKV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4년 말까지 총 86만1000건의 DiGA가 사용됐고 누적 급여 비용은 2억3400만유로(약 4120억원)에 달했다. 특히 2024년 DiGA 급여 지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적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보험청(CMS)과 FDA는 지난해 FDA의 의료기기 허가 절차인 510(k) 또는 신규 인가 절차인 ‘드 노보’(De Novo) 승인을 받은 디지털 정신건강 치료기기에 대해 메디케어 비용 지급을 허용했다. 또 이를 위해 디지털 정신건강 치료기기를 위한 신규 미국 의료비 청구 시스템(힙픽스·HCPCS) 코드 3종(G0552·G0553·G0554)도 신설했다.

물론 현재 적용 범위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분야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경도인지장애(MCI) 영역 디지털 치료제 등에 대한 별도 급여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가 제도권 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밖에 일본에서도 일부 디지털 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 큐어앱의 니코틴 의존증 치료 앱 ‘큐어앱 SC’는 2020년 11월 보험 적용을 받았고, 고혈압 치료 앱 ‘큐어앱 HT’ 역시 2022년 일본 공공보험 체계에 포함됐다.



◇늘어나는 신청 건수…심사 적체도 과제

디지털 치료제 심사 체계가 과거보다 정비됐음에도 여전히 실제 시장 진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디지털 의료기기 신청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식약처와 유관기관의 심사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다.

현재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는 위험도에 따라 심사 체계가 나뉜다.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인 3·4등급 의료기기는 식약처가 직접 심사를 진행하며, 2등급 품목은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맡는다. 여기에 기기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이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등의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데, 신청 건수가 빠르게 늘면서 기관별 심사 적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디지털치료제 개발기업 대표는 “예전보다 제도가 많이 정비됐고 통합심사 체계도 도입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디지털 의료기기 신청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는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식약처는 2022년 10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를 도입해 식약처의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요양급여대상·비급여대상 여부 확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혁신의료기술평가를 합동 심사해 기존 최대 390일까지 걸리던 의료 현장 진입 시기를 80일 수준까지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체감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분위기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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