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는 2014년부터 영국 권위지 '가디언'의 월드컵 네트워크(World Cup Experts' Network) 회원사입니다. '가디언'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출전국 현지 전문가와 협업해 완성한 심층 분석 기사를 양사 특약에 따라 풋볼리스트가 국내 독점 게재합니다.
▲ 잉글랜드의 대회 플랜
월드컵 예선만 놓고 보면 삼사자군단은 완벽에 가까웠다. 8전 전승, 22득점, 무실점.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다만 상대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잉글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언제나 같다. 토너먼트에서 최정상급 강팀을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선택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체제에서 유로 준우승 두 차례, 월드컵 4강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마지막 한 걸음을 넘지 못했던 잉글랜드는 독일 출신의 투헬 감독에게 우승이라는 과제를 맡겼다. 투헬 감독은 2024년 10월 부임 기자회견에서 "유니폼 위에 두 번째 별을 달고 싶다"고 말했다.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60년 동안 이어진 무관의 한을 끝내겠다는 의미였다. 다만 그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투헬 감독은 예선 기간 "우리가 왜 스스로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우승이 언제였는가.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여름 안도라와 세네갈을 상대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상적인 경기들도 적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대표팀 내 결속력 형성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선수단을 하나의 형제애로 묶는 것을 강조하며 대표팀 문화 개선에 집중해왔다. 최종 26인 명단에서도 몇 가지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필 포든, 콜 파머,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제외하는 대신 아이반 토니를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전술적으로는 4-2-3-1 포메이션이 유력하다.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중원에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데클란 라이스가 버티고 있다. 반면 수비진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주요 선수들의 부상 문제도 변수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주드 벨링엄이다. 투헬 감독과 벨링엄의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는 잉글랜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만약 벨링엄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른다면, 그는 잉글랜드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길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 감독: 토마스 투헬
독일인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일부 팬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은 영국 축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뮌헨과 파리생제르맹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21년에는 첼시를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특히 토너먼트 무대에서의 전술적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럽 축구와 달리 대표팀은 선수들과 함께할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또 다른 능력이 요구된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은 토너먼트 기간 선수단 분위기를 조성하고 하나의 팀으로 묶어내는 데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헬 감독 역시 최근 계약을 유로 2028까지 연장한 가운데, 잉글랜드가 안고 있는 우승 부담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60년 동안 이어진 월드컵 우승 갈증을 끝내는 것. 그것이 투헬 감독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다.
▲ 핵심 선수: 해리 케인
유로 2024 결승전 스페인전에서 교체된 뒤만 해도 해리 케인의 대표팀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케인은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경기력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잉글랜드가 패배하면서 비판도 뒤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잉글랜드의 주장이고, 대표팀 역사상 최다 득점자다. 무엇보다 잉글랜드는 케인 없이 완전한 팀이라고 보기 어렵다. 토마스 투헬 감독 역시 케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케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바이에른뮌헨 소속의 케인은 이번 시즌에도 뛰어난 득점력을 선보이며 세계 정상급 공격수임을 증명했다.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우승 경쟁으로 이끈다면, 개인 통산 첫 발롱도르 수상 후보로도 강하게 거론될 수 있다. 6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꿈꾸는 잉글랜드에서 케인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선수다. 그의 발끝이 이번 대회 잉글랜드의 운명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 주목할 선수: 모건 로저스
잉글랜드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나는 팀이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 중 한 명은 모건 로저스다. 아스톤 빌라 소속의 로저스는 지난해 9월 세르비아 원정 5-0 승리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투헬 감독이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공격 능력만이 아니다. 공을 소유했을 때뿐 아니라 공을 잃은 뒤 보여주는 움직임까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강한 전방 압박과 카운터 프레싱은 투헬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요소다. 때문에 로저스는 주드 벨링엄이나 에베레치 에제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주전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23세인 그는 누구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스스로를 "축구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로저스는 "어릴 때의 나는 경기장에서 자유롭게 뛰고 싶어 하는 선수였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부한 공격 자원을 보유한 잉글랜드에서 로저스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잡는다면, 그는 잉글랜드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수 있다.
▲ 언성 히어로: 엘리엇 앤더슨
오랫동안 잉글랜드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데클란 라이스의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칼빈 필립스가 대표팀에서 입지를 잃은 이후에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은 엘리엇 앤더슨이라는 새로운 해답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노팅엄 포리스트 소속의 앤더슨은 지난해 9월 성인 대표팀 데뷔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현재는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관심을 보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표팀에서도 사실상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투헬 감독 역시 그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 투헬 감독은 "그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미드필더 가운데 한 명이다. 그래서 대표팀에 선발됐고, 선발 출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매우 완성도 높은 선수다. 활동량이 풍부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미드필더"라고 평가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뛰어난 기동력은 앤더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는 데클란 라이스와 함께 잉글랜드 중원의 중심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고민거리였던 라이스의 파트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앤더슨의 활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기억해야 할 선수
주드 벨링엄: 현재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그는 2020년 버밍엄시티를 떠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고, 2023년에는 8,85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당시 벨링엄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은 남달랐다. 버밍엄에서 14세의 나이로 1군 훈련에 참가했던 그는 당시 선수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격수 루카스 유트키에비치는 "어린 선수가 1군 훈련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대체 저 아이는 누구냐'고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아직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 아래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투헬 감독은 지난해 벨링엄의 경기 중 행동에 대해 "다소 거슬릴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이후 사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벨링엄은 여전히 잉글랜드 우승 도전의 핵심이다. 만약 그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을 치른다면, 잉글랜드를 정상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카요 사카: 부카요 사카는 잉글랜드 대표팀 데뷔 후 어느덧 6년째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표팀의 핵심 자원으로 뛰어온 탓에 베테랑처럼 느껴지지만 아직도 24세에 불과하다. 그의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할머니가 지어준 '부카요(Bukayo)'는 "행복을 더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과거 아스널 동료였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은 훈련에서 강력한 슈팅을 보여주던 사카에게 "리틀 칠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3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때는 뜻밖의 시간을 보냈다. 반려견 '터커'를 가족으로 맞이했고 독서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큰 영향을 남겼다. 사카는 "부상 기간 동안 '예전 기량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혹은 '부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며 "하지만 책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돌파 능력을 갖춘 사카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 공격의 핵심 무기로 활약할 전망이다.
▲ 예상 선발 라인업: 4-2-3-1
조던 픽포드 - 리스 제임스, 에즈리 콘사, 마크 게히, 니코 오라일리 - 엘리엇 앤더슨, 데클란 라이스 - 부카요 사카, 주드 벨링엄, 마커스 래시포드 - 해리 케인
▲ 잉글랜드 팬들이 월드컵에서 보여줄 특징
이번 월드컵에서도 전 세계 팬들은 또다시 '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가사를 담은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가를 들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해외 팬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이 노래는 잉글랜드 축구의 오랜 실패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가사에서 시작된 응원가다. 우승을 향한 희망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좌절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구호이기도 하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월드컵과 유로 대회에서 많은 원정 팬을 동원하는 국가다. 그러나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는 적지 않은 불만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다. 잉글랜드축구서포터협회(FSA)는 이번 대회 티켓 가격을 두고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하더라도 공식 배정 티켓을 모두 판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일부 팬 단체들은 FIFA와 대회 조직위원회를 향해 지나친 상업화를 비판하며 이번 대회를 "바가지 월드컵(Rip-off World Cup)"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팬들은 여전히 대표팀과 함께할 준비를 마쳤다. 특유의 응원가와 유머, 그리고 끝나지 않는 희망을 품고 북미 곳곳에서 대표팀을 응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 전망이다.
글= 제이콥 스테인버그(가디언)
편집= 김동환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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