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밴스는 공개 촉구·와일스는 반대…FBI·법무부 수장 욕설까지"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참모들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틴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를 두고 백악관 상황실에서 비밀리에 대책 회의를 거듭하며 극심한 내부 분열을 겪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틴 파일 공개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여름 백악관 내부에서 벌어진 논의 과정을 복수의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틴 파일은 2019년 수감 중 사망한 엡스틴의 수사·수감 관련 기록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의 연루 의혹을 부인해왔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내 갈등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엡스틴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이른바 '고객 명단'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발표하면서 확산했다. 이 발표는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에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시 파텔 FBI 국장 등 고위 참모들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수차례 비밀회의를 가졌다. 중대 국가안보 사안이 결정되는 지하벙커 백악관 상황실이 '엡스틴 작전실'로 변모한 셈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엡스틴 파일 공개를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포함됐더라도 문건을 선제적으로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의회가 공개를 강제할 것이므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탈하는 마가 유권자들을 붙잡는 길이라는 논리였다.
반면 와일스 비서실장 등은 대통령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다. 그는 사석에서 밴스 부통령이 '심각한 음모론자'라는 게 입증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책임 공방은 극에 달했다.
당시 FBI의 파텔 국장과 댄 본지노 부국장은 백악관에 팸 본디 법무부 장관 사임을 촉구했고, 본디가 자신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내부 정보를 고의로 유출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특히 본지노는 회의에서 본디에게 "당신이 처음부터 이 일을 망쳤다"고 고함을 질렀다.
와일스 실장이 본지노에게 기밀을 언론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그는 "지금 당장 현금 10만달러를 걸겠다. 당장 기자에게 연락해 내가 유출했는지 확인해보라"며 격분했다.
와일스 실장이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우리 모두 이 문제에 엮여있다"고 하자, 그는 "'우리'가 아니다. 난 처음부터 경고했고 당신들이 무시한 것"이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는 사석에서 엡스틴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콘트라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콘트라 사건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적성국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다 발생한 대규모 스캔들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엡스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했고, 참모들은 공개 언급을 피한 채 대응 방안을 조율해야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측근에게 '내 친구 몇명이 다칠 수 있다'며 파일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틴의 관계를 다룬 기사를 준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출고를 막기 위해 직접 WSJ 최고경영자(CEO)와 소유주, 편집장 등에 직접 전화를 걸어 소송을 위협하며 고함을 질렀다.
WSJ는 지난해 7월 엡스틴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적 암시가 담긴 외설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nomad@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