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부터 지방의회 파수꾼 역할 …"직업이 지방의원"
대선·총선·지선 통틀어 국내 최다선…"지방의원은 주민 옆에 있어야"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직업이 지방의원입니다."
경북 안동에서만 35년간 기초의원 한길을 걸어온 무소속 이재갑 안동시의원이 6·3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며 전국 기초의회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10선' 기록을 세웠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한 지역에서 주민 곁을 지킨 그는 "기록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선거에는 이골이 났을 법한 이 시의원은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갈수록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토로하면서도 "지방의원이 있어야 할 자리는 주민 곁이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이 시의원과의 일문일답.
-- 10선 기초의원에 당선됐는데 소감은.
▲ 무엇보다 저를 믿고 다시 선택해 주신 지역 주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주위에서는 10선이라는 기록에 큰 의미를 두시지만 저는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이 많은데 초심을 잃지 않고 주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지방의원이 되겠다.
-- 1991년 안동군의원으로 출발했다. 왜 지방의원이 되려 했는지.
▲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보다 농촌 주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당시 농촌은 농산물 가격 불안정, 농가 소득 감소, 생활 기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주민 고충을 직접 보고 들었고 누군가는 이 목소리를 행정과 정치에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번을 포함해 지난 35년간 10번의 선거를 치렀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고 선거 문화는 어떻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 선거는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유권자의 기대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도 훨씬 복잡해졌다.
선거 문화 또한 과거에는 인맥이나 조직 영향력이 컸다면 지금은 주민들이 후보자 능력과 성과, 도덕성까지 꼼꼼하게 평가한다.
이러한 변화가 지방자치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민선 4·5대 때 특정 정당 소속이었는데 6대부터 무소속이었다. 무소속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 정당에 가입할 의향은.
▲ 지방의원 하면서 정당보다 주민 의견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무소속의 길을 걷게 됐다.
다만 정치 환경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안동 출신 대통령이 국정을 이끄는 지금이 지역 현안 해결의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집권당 입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특정 지역서 특정 정당이 석권하는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 한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지속적으로 우세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함께 들어가야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
정당공천제보다는 정당표시제로 전환하고 2인 선거구 중심의 구조를 3인 이상 선거구로 확대해야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도 정당만이 아니라 후보자 능력과 경력,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를 보고 선택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 고향 마을이 있는 예안면을 포함한 이 시의원 지역구 사정이 많이 어려운데 어떻게 타개할 생각인지.
▲ 농촌 지역이 다 비슷하겠지만 나의 지역구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다.
안동댐과 임하댐 주변 지역의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국가 수자원 정책을 위해 수십 년 동안 희생해 온 주민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발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농업 경쟁력 강화, 농촌 의료서비스 확충, 생활 SOC 확대, 귀농·귀촌 활성화 등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 오랜 기간 축산업에 종사했는데 기초의원 일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 현업에 종사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게 오히려 장점이 있었다. 농촌 현장의 변화와 주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은 주민 곁에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
--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의회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어떻게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 지방의회의 역할이 결코 작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예산을 심사하고 행정을 감시하며 지역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회는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하고 시민이 느끼는 실망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니라 주민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의정활동이 이어질 때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 두터워질 것이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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