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경계령 혹은 리스크 분산…여름 극장, 한국영화가 없다 [I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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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경계령 혹은 리스크 분산…여름 극장, 한국영화가 없다 [IS포커스]

일간스포츠 2026-06-11 06:00: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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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영화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시장을 앞두고 극장가에 묘한 정적이 감돌고 있다. 한국 텐트폴 영화들이 출혈 경쟁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주요 투자배급사들이 신작 개봉을 피하면서 라인업이 대폭 축소된 모양새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 여름 개봉을 확정한 주요 상업영화는 5편 안팎이다. 포문을 여는 작품은 7월 8일 개봉하는 ‘모아나’로, 이어 ‘호프’와 ‘미니언즈&몬스터즈’(7월 15일),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대이’(7월 말), ‘오디세이’(8월 5일)가 순차적으로 개봉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영화의 빈자리다. 올여름 개봉 라인업 중 한국 상업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유일하다. ‘호프’의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국내 4대 대형 배급사(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는 이번 시즌 단 한 편의 신작도 내놓지 않는다. 과거 여름 성수기마다 최소 3~4편의 한국 대작이 경쟁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호프’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호프’가 일찍이 7월 개봉을 점찍으면서, 타 배급사들이 정면 대결을 피하고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는 의견이다.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호프’는 나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관심도를 끌어올렸다.

칸 현지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작품은 월드 프리미어 직후 해외 주요 매체들로부터 호평받았으며, 필름마켓에서는 약 200개 국가·권역과 판권 계약을 체결, 한국영화 해외 선판매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강력한 흥행 모멘텀을 선점한 작품과 맞부딪치기보다, 개봉 타이밍을 조율해 실리를 챙기는 실용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올여름 할리우드 경쟁작 라인업이 워낙 화려한 데다 9월 말과 10월 초 추석 연휴와 개천절 대체공휴일이 이어지면서 한국영화 기대작 상당수가 자리를 옮긴 이유도 한 몫 한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극장 시장의 구조 변화가 꼽힌다. 팬데믹 이후 관객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재편되면서 전통적인 성수기·비수기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진단이다. 과거에는 여름 휴가철과 겨울 방학, 명절 연휴 등 특정 시기에 관객 수요가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작품 경쟁력에 따라 흥행 성패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 흥행 지표에서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2023년 5월), ‘서울의 봄’(2023년 11월), ‘파묘’(2024년 2월), ‘범죄도시4’(2024년 4월), ‘왕과 사는 남자’(2026년 2월)는 모두 기존의 전통적 성수기를 비껴간 시기에 개봉해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대작들은 대부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좀비딸’이 56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체면치레했을 뿐, 동시기 출격했던 타 대작들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결국 가성비와 흥행 효율을 중시하는 최근 투자·배급 트렌드가 올여름 극장가 판도를 바꿨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개봉 시기 조율을 넘어, 더딘 산업 회복에 따른 투자 경색이 본질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호프’가 워낙 화제작이기 때문에 마케팅상 피한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올해 개봉하는 상업영화 수 자체가 줄었다”며 “결과적으로 여름 시장에 편성할 만한 텐트폴 영화나 관객을 대거 유인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대한 투자가 위축됐고, 이것이 올여름 라인업 공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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