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향배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다시 한 번 호남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6·3지방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모두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의 민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TK·경남·서울 뺏기는 동안 전북 총력전 벌인 정청래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고 빈번하게 발걸음을 디딘 곳은 단연 전북이었다. 당초 민주당이 승리를 기대했거나 반드시 사수해야 했던 서울, 경남, 대구, 경기 평택을 등의 판세가 갈수록 악화하며 패색이 짙어지는 와중에도 정 대표는 사실상 전북에 집중했다. 격전지들을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 대표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친청계인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의 당선이 간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거에 돌입하면서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예상 밖 선전으로 전북에 박빙 구도가 형성되고 지도부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정 대표는 당내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향후 당권 연임 가도를 다지기 위해 전북을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는 초유의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의 패배는 지도부 리더십에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부의 막판 총공세로 이 후보가 진땀승을 거뒀지만 반대급부로 다른 곳들을 대거 내주면서 정 대표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비주류 친명계인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며 "당은 대통령 지지도에만 의존한 나머지 지역별 민심에 부합하는 전략과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리당원 35% 호남…2025년에도 승부 가른 '2/3 몰표'
이처럼 정 대표가 전북 사수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독특한 표심 구조에 있다. 바로 직전 선거였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의 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당대표 자리를 놓고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가 정면충돌했을 때 호남 표심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박 후보가 대의원 투표에서 우세를 점했음에도 정 후보는 호남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표심으로 판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당시 호남 지역 권리당원 66%의 몰표가 정 후보에게 쏟아졌고 이는 결정적 승부처가 됐다. 전당대회를 앞둔 올해도 민주당 내 호남 권리당원의 규모는 광주 11만 명, 전남 21만 명, 전북 19만 명 등 총 51만 명 선에 달한다. 이는 전체 권리당원의 약 35%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에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권리당원들의 표심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킹메이커' 집단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역시 호남 권리당원의 향배가 정 대표의 연임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민석·송영길·정청래 일제히 호남행…각축전 막 올랐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호남을 향한 주도권 싸움은 이미 불이 붙은 형국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광주에서 열린 '뉴 호남 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지방 주도 성장을 통해서 균형 국가를 하고 K-황금시대를 만들어 내는 데 호남이 그 중심과 출발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다시 해석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남·광주 통합에 매년 최대 5조 원씩 4년간 총 20조 원 규모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동시에 새만금 일대 현대차그룹 투자를 포함해 총 9조 원 규모의 로봇·AI·수소 전진기지 구축을 공언했다.
송영길 의원도 7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고 역설했다. 송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정 대표의 거취와 호남의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도 남겼다. 앞서 선거가 끝난 직후인 4일에는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해 정청래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대응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그는 9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유럽 순방 환송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서울공항 대신 전북으로 달려가 이원택 당선인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정 대표는 오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당권 경쟁 레이스 초반부터 호남을 택한 것은 결국 이번에도 승리의 열쇠는 호남이 쥐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 확보를 위한 전당대회 주자들의 각축전은 앞으로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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