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담화' 남긴 일본 정치 거목, 87세로 영면하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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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담화' 남긴 일본 정치 거목, 87세로 영면하다 (종합)

나남뉴스 2026-06-10 21:3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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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후 정치사에서 '비둘기파'의 상징으로 불렸던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였다.

지난 8일 그의 별세 소식이 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도통신과 NHK는 10일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인들에게 그의 이름이 각인된 계기는 1993년 8월 4일에 있었다. 당시 관방장관직을 수행하던 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담은 담화를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노 담화'로 명명된 이 성명은 위안부 모집·이송 과정에서 군의 개입과 강제성을 일본 정부가 최초로 시인한 역사적 문건이다.

담화 발표에는 1년 7개월에 걸친 정부 문서 조사가 선행됐다. 그 결과물로 나온 이 담화에서 일본 정부는 "군의 관여 아래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종군 위안부의 출신지를 불문하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는 문구가 담겼다.

발표 이후 우익 진영에서 수차례 수정 시도가 있었으나 담화는 역대 내각에 의해 대체로 계승돼 왔다. 다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한국 측 요구로 강제 연행 표현이 삽입됐다며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배상 문제 언급 부재와 법적 책임 종결 입장 고수는 한계로 남았다.

헌법 9조가 명시한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 조항의 개정에는 신중론을 견지해 왔다. 이웃 국가인 한국, 중국과의 우호 관계 구축에도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37년 가나가와현 출생인 그는 정계 명문가의 일원이었다. 부친 고노 이치로는 농림상·건설상을, 숙부 고노 겐조는 참의원 의장을 역임했다. 장남은 디지털 대신직을 수행한 고노 다로 의원이다.

정계 입문은 1967년 중의원 선거에서 이뤄졌다. 부친의 지역구를 승계해 자민당 후보로 첫 당선된 뒤 무려 14회 연속 의회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3년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고 호소카와 연립내각이 들어섰을 때 당 총재직에 올랐다. 2003년부터 5년 6개월간 중의원 의장직을 수행했는데, 이는 현행 헌정 체제에서 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9년 선거 불출마와 함께 정계를 떠났다.

자민당 총재를 지내고도 총리 자리에는 오르지 못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2002년 간염 악화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을 때 장남 다로 의원이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해 생명을 구한 일화도 전해진다.

별세 소식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오랜 세월 일본 정치 중심에서 국정 발전과 의회 민주주의 확립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역사 문제를 진지하게 대면하고 대화와 이해를 중시한 자세는 평화외교의 초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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